설렁탕 한 그릇으로 세 식구 배를 채우다.
"저녁은 먹었고?"
"간단히 김밥으로 해결했지"
"어휴, 우리는 설렁탕을 먹었는데 둘이서 1인분을 먹고도 남았어. 둘이서 1인분을 못 먹나 몰라."
웬 설렁탕?
늦은 시간 귀가한 나는 설렁탕을 먹었다는 말에 또 음식을 사다 먹었나 싶었다.
아침에 어묵탕이랑 콩나물무침 팍팍 무쳐놓았는데. 밥도 많이 남았을 테고.
엄한데 돈 쓴 거 아냐?
그럼에도 둘이서 1인분을 못 먹었다는 게 걱정이 되었다.
"설렁탕이 그렇게 맛없었어? 우리 집 식구들은 왜 이렇게 양이 적지?"
"아니야. 연이는 밥도 더 말아먹었는데 워낙 많더라고. 맛있으니까 배고프면 설렁탕 먹어. 냄비에도 남아있고 냉장고에도 1인분이 그대로 있어"
가스레인지에 올려 둔 냄비에는 뽀얀 설렁탕이 1/3 가량 남아있었다.
배가 고팠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그대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평소 아침을 먹지 않는데도 뽀얀 설렁탕이 생각났다. 먼저 딸에게 한 그릇을 담아 주고도 남았다.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에 설렁탕을 덜어 식탁에 앉았다.
의아하게 바라보던 남편이 묻는다.
"웬일로 아침을 다 먹어?"
"일찍 일어났더니 배고프네. 설렁탕이 맛있다면서? 먹어보려고."
갓 지은 뜨끈한 밥을 말아 깍두기를 얹어 한 술 뜨니 고소함이 일품이다.
몇 가닥 남은 국수가 팅팅 불었지만 국물을 더 진하게 만들었다.
출처 : 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어제저녁에도 먹었던 설렁탕이지만 딸아이는 '맛있네'를 연발한다.
워낙 설렁탕을 좋아하기에 둘이서 똑같이 후루룩, 쩝쩝 요란하게 한 그릇을 비웠다.
남편에게는 남은 어묵탕을 내어주고 남은 설렁탕마저 싹 해치웠다.
모처럼 든든하게 아침식사였다.
냉장고에는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1인분이 남아 있다.
우리는 셋이서 또 맛있게 나눠 먹을 것이다.
쫑쫑 썬 대파를 듬뿍 넣고 후추를 톡톡 뿌리고, 거기다 아삭한 깍두기를 얹어서.
마지막엔 깍두기 국물과 함께 밥 말아먹어도 좋고.
피식 웃음이 난다.
2만 원으로 세 식구의 세 끼를 해결하다니,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 최고 아닌가?
'밥 있는데 뭐하러 사 먹었느냐'라는 타박을 참길 잘했다.
맛있는 음식에 즐거우면 그게 행복이지, 행복이 뭐 별건가 싶다.
퇴근길 발걸음도 가벼울 것이다.
오늘 저녁은 수고로움 없이 설렁탕으로 한 끼의 행복을 만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