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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글방 Aug 16. 2021

‘섬’에 던지는 질문

[단비글] ‘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격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환자를 섬에 가두는 방법이다. 작년 2월 일본은 이와 유사한 상황을 보여줬다. 일본 요코하마 다이코쿠 부두에 머물던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 중 확진자가 발생하자, 일본 당국은 크루즈를 선상 격리했다. ‘아시아 그랜드 투어’ 중이던 크루즈는 코로나 확진자를 격리하는 섬이 됐다. 일본 정부는 섬과 본토 사이 교류를 최소화했다. 크루즈 내부에 7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본토에 있는 정부의 통제와 관리는 매우 효율적이었다.


많은 권력이 특정 대상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섬을 활용했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에 설치한 거제포로수용소는 17만 명이 넘는 포로를 수용했다. 육지와 가까워 포로 수송에 쉬우면서 교통수단은 배 밖에 없어 포로를 격리하기 적합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전 대통령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가 18년 동안 갇혀 있던 루벤 섬 역시 정치범을 격리하기 위한 장소다. 섬을 둘러싼 바다는 격리 대상자의 탈출을 막는다. 동시에 육지에 사는 시민에게 ‘당신도 격리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


▲ 하시마 섬(군함도)는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지옥문’이라고 불렸다. ⓒ 언스플래시

통제와 관리 대상인 된 이에게 섬은 그 자체로 억압이다. 탈출할 수 없다는 절망이 더해진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은 하시마 섬(군함도)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지옥문’이라고 불렀다. 섬은 차별과 폭력을 조용하게 자행한다. 한센병 환자를 수용한 소록도에서는 강제 낙태와 단종 수술이 시행됐다. 광복 직후 84인의 한센병 환자가 학살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소록도 한센인 간부 84명 학살사건’은 여전히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다.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를 격리한다는 명분을 근거로 작동했다.


전염병 감염을 막기 위한 팬데믹 시대도 같다. 많은 국가가 방역이라는 통제와 관리를 위해 가상의 ‘섬’을 만든다. 개개인의 교류를 자제시키는 무른 형태부터, 집회나 시위, 사적인 외출을 막는 강력한 형태까지 다양하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통제와 관리가 언제나 시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적절한가?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억압당하지는 않는가? 통제와 관리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는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같은 비극을 막는 건 개개인의 끊임없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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