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상담이 필요해

위클래스

by 단비

학교에는 ‘위클래스(Wee-class)’라는 곳이 있다. 위클래스는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위클래스에는 전문 상담사 또는 상담 교사가 상주하고 있다. 학업 중단 숙려제, 학생 정서 행동 특성 검사, 또래 상담, 자살 예방 교육 등이 학생의 정서적 안정과 관련하여 위클래스에서 운용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실제로 학생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한다. 예전에 우리 반 학생 중에는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학생이 있었는데, 학생이 스마트폰 중독인 것을 위클래스에서 실시한 검사를 통해 알게 됐고, 이후 위클래스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여 중독 위험을 개선했다. 또, 가벼운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었는데, 이 학생 역시 꾸준한 위클래스 상담을 통해 우울 증상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졸업했다. 반면, 위클래스의 상담 프로그램이 학생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때도 있다.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지각이 잦았던 어떤 학생을 위클래스와 연결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학생은 꾸준한 상담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또, 심리적 문제 때문에 자퇴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는데, 이들은 학업 중단 숙려제 프로그램을 완강히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 위클래스는 학생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


위클래스의 프로그램은 이렇듯 어떤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위클래스의 존재 가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도움이 되든 안 되든 학생을 위한 상담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좋은 일이다. 위클래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도움이 되든 안 되든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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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우연히 위클래스에서 상담받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나의 못난 성격을 부모의 잘못된 양육 때문이라고 탓하다가도 부모를 욕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양가감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실 위클래스는 교사보다는 학생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위클래스에서 상담받는 교사는 거의 없다. 나 역시 애초에 상담을 목적으로 위클래스에 간 건 아니었고, 상담 선생님 일을 도와주다가 가볍게 차 한잔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시달리던 감정 때문인지 수다가 깊은 상담으로 이어졌다. 계획에도 없던 상담이었건만, 상담 선생님은 다정하게 내 말을 들어주고 친절하게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다.


내 못난 성격을 부모 탓하는 것은 자기 방어의 일종이에요. 누구나 자기가 생각하는 못난 부분이 있고, 또 각자의 방식대로 자기 방어를 하게 돼요. 나도 남들처럼 그렇게 하게 된 것일 뿐이고요. 그러니 절대 내가 나쁜 게 아니에요. 내가 못난 것도 아니고요. 물론 스스로 성찰하고, 인식하고, 부모를 이해하면 더 좋겠죠. 모두의 마음에는 착한 아이가 살고 있는데, 내가 먼저 타인을 이해하면 그 착한 아이가 크거든요. 그럼, 누구는 좋은 부모 만나서 사랑받고 크는데, 왜 나는 내가 부모를 이해해 줘야 해? 억울한 마음도 들 수 있겠죠. 남과 비교하게 되기도 하고요. 정말 당연한 거예요. 그럴 땐 이렇게 상담받거나, 일기를 쓰거나, 각자의 방식대로 해소하면 돼요. 그러고 나면 미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거예요. 이것도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나쁘다, 내가 못났다, 그건 절대 아니에요. 누구나 그럴 수 있잖아요. 모든 것이 당연한 거예요. 내가 나쁘거나 못난 게 아니라요.


이야기가 끝나고 나니 먹구름이 낀 것처럼 답답했던 마음에 숨통이 트였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씁쓸하게 느껴졌던 녹차에서 이제는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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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다 마시고 위클래스를 나서는 나에게 상담 선생님은 힘들 때면 언제든 오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살짝 웃어 보이고 교무실로 돌아왔다. 상담 선생님의 마지막 말은 고마웠지만, 사실 교사는 힘들다고 해서 상담을 목적으로 위클래스에 방문하기 쉽지 않다. 심각한 교권 침해나 학생 자살 등의 큰 사건이 닥치지 않는 이상은. 이유는 위클래스라는 공간이 학생‘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교사가 위클래스의 프로그램을 제공받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만, 위클래스의 프로그램은 오직 학생의 심리적 안녕과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해 운영된다. 물론, ‘위클래스가 교사에게도 열려 있다’라고 광고한다고 하더라도 교사는 위클래스를 찾기 쉽지 않다. 교사가 학생과 한 상담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사는 성숙하고, 어른스럽고, 힘든 학생들을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듬직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교사는 자신이 사실은 약하고 미숙한 사람임을 인정하고 약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학생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교사 역시 때로는 약하다. 때로는 미숙하다. 때로는 상담이 필요하다. 상담이 필요한 교사의 대다수는 위클래스의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혼자서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끙끙댄다. 일부는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나 사설 상담 센터, 정신의학과 등을 기웃거리기도 하지만, 결국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는 학교에 교사가 편하게 상담받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돌봐야 할 학생들은 가득함에도. 그러다 보니 교사에게 학교는 감정이 소진되는 곳이고, 감정이 소진된 이후의 시간에는 외부의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상담받으러 갈 에너지가 교사에게 없다. 학교에서 가벼운 불안이나 고민에 싸인 교사는 어디를 찾아가야 한단 말인가. 마음의 문제로 방황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위클래스에서는 학업 중단 숙려제를 운용하는데, 방황하는 교사들을 위한 ‘직업 중단 숙려제’는 왜 운용되지 않는단 말인가.


학교라는 공간에, 교실 들르듯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교사 전용 위클래스가 있으면 좋겠다. 가벼운 문제가 생겼을 때, 병원이나 외부 시설을 찾기에는 ‘그 정도는 아닌데’, ‘번거로운데’, 생각 들 때, 언제든 교사 전용 위클래스의 문을 두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학생만큼이나 교사도 약하고 미숙할 수 있으니까. 가끔은 교사도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해 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그런 사실을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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