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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Feb 05. 2020

50 - 걸어가자


‘공든 탑이 무너진다’

와르르 쏟아져내려 하염없이 울고 싶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그리 힘들지 않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49일간 매일, 글을 썼다. ‘100일 글쓰기 part1’으로 딱 반 나누어 50일째 글을 쓰고 나서 part2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어제 50번째 글을 썼어야 했는데,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화들짝 깨보니 자정 넘긴 12시 8분! 일순간 몸에 있는 모든 기운이 쫙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싫어지는 순간, 실망하고 원망하는 순서로, 100일 글쓰기 소식을 전한 지인들에게 부끄럽고, 아 이런, 100일 되는 날 속초 숙소까지 1박 잡아놓은 것은 또 어쩌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게 바로 이런 때구나. 그러나 어쩐담, 이미 쏟아진 돌무더기가 되었다. 추스를 것은 이제 잔해처럼 남은 내 마음뿐.


그저께 공포 영화 <클로젯>을 보고 와서 새벽 5시까지 불을 못 끄고 깨어 있었다. 바이오 리듬이 크게 어긋나니 수면 시간이 뒤엉킨 것. 어제는 영화를 2편이나 본 것도 문제였다. 머리가 울렁거리기 시작했음에도 두 번째 영화 보고 난 뒤에 글 써야지, 하며 계속 미루었다. 그러다 잠들어버린 것이다. 다시는 하루에 영화 2개를 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목욕재계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하늘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50번째 글로 part2를 시작해보자. 하루 일과에서 더 이상 ‘오늘의 글’을 미루지 않기로 한다. 우선순위에서 가장 앞서도록 해보겠다. 이 경험을 통해 새로운 통찰이 있음을 믿어본다.


씻으러 들어가기 전에 문득 이 노래가 떠올라서 아침 내내 들었다. 묵묵히, 한결같이 계속 걸어가 보기로 한다. 내 마음의 손에 내 손을 포개고, 정신의 발에 내 발을 포개어 나를 온전히 데리고 가 볼 것이다.

 




걸어가자

처음 약속한 나를 데리고 가자

서두르지 말고 이렇게 나를 데리고 가자

걸어가자

모두 버려도 나를 데리고 가자

후회 없이 다시 이렇게 나를 데리고 가자


- 루시드 폴, <레 미제라블> 앨범 중 ‘걸어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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