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무 Feb 06. 2020

51 - 너를 위한 기도


결혼하거나 자녀가 있는 친구와 선후배를 만날 때면 그들의 고충을 나누게 된다. 싫지 않다. 나로서는 듣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해 알아가고, 다양한 입장으로 사고를 넓힐 수도 있다. 홀로 살아가는 내 인생에 대해 고마워하기도,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나고, 너는 너이기에 가능한 일. 간극을 좁히거나, 거리를 두면서 각자의 모습대로 서로를 이해할 뿐이다.


그래서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그녀와 시어머니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은 남편과의 사이를, 더하거나 빼거나 해도 돼 보이는 자식 문제를. 그녀가 아니므로, 나는 가만히 들어주는 게 옳다고 본다. 하지만 상대의 감정에 같이 올라타다 보면 종종 까먹어버린다.

‘아, 내가 할 말이 아닌데.’


그녀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혹은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내 감정과 입술을 단속하고 또 다짐한다.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세계임을 다시 고백하며. 괜스레 아는 척, 도움 주고 위로하는 척 나서지 말기를. 나는 ‘경청하는’ 사람이다. 건성건성 대충 듣지 말고, 꼼꼼히 그를 살피며 들어주자.


결혼이나 가족 관계 외에도 나이, 직업, 종교, 취미, 습관, 정치, 가치관, 자존감 등등 나와 제각각 다른 상대방에게 내가 가진 얕은 경험으로 조언하지 말자. 그렇게 살지마, 이러면 안 돼,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같은 소리를 하려면 당장 넣어둬. 그의 상황은 그만이 아는 일. 그가 잘 모르겠다 하여도, 결국에는 그 사람이 풀어낼 자기만의 시험이다. 짝꿍이라고 답을 대신 써줄 수는 없다.


대신 응원의 한마디, 끝까지 잘 보고 돌아오도록 간절히 기도를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50 - 걸어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