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박정자를 좋아.. 아니, 사랑하기 시작한 건 <19 그리고 80>이란 작품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해롤드 & 모드>로 제목이 바뀌었고 그의 여섯 시즌 공연 중 3번의 시즌은 참석했다. 그리고 내년, 그녀가 주인공 ‘모드’처럼 진짜 80살이 되는 해에 올릴 일곱 번째 무대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에 앞서 일흔아홉 살의 그녀가, 60년 가까이 한 해도 쉬지 않고 배우로 살아온 인생을 새 작품에 담아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뚫고 <노래처럼 말해줘>라는 모노드라마를 만나고 왔다. 도저히 포기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남은 시간이, 오롯이 배우로 존재하는 순간을 눈에 담고 싶은 간절함 때문에.
‘박정자의 배우론’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오늘날까지 그가 해 온 작품 속 캐릭터를 다루고 재즈 피아노 반주에 노래 몇 곡까지 이어갔다. 영화 <기생충> 예고편에서 존재감 최고였던 내레이션과 디즈니 <인어공주> 한국 더빙에서 마녀 ‘우슬라’의 독보적인 목소리 연기도 소개되었다.
자연스럽게 그 연극의 그 인물로 변신해 연기를 하다가도 손짓, 몸짓으로 자신만의 리듬을 타며 노래할 때면 박정자는 연극 그 자체요, 노래와 춤 그 자체였다. 공연 말미에 ‘Send In The Clowns’라는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뒷 배경으로 젊은 박정자부터 현재까지 여러 흑백사진이 흘러갔다. 노래의 아득함저 너머로 그녀의 역사가 시네마 천국처럼 애잔하다. 한가득 눈물이 차올랐다. 커튼콜에서 뜨거운 찬사와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