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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Feb 07. 2020

52 - 연극, 박정자

<노래처럼 말해줘> 관람 후기


연극배우 박정자를 좋아.. 아니, 사랑하기 시작한 건 <19 그리고 80>이란 작품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해롤드 & 모드>로 제목이 바뀌었고 그의 여섯 시즌 공연 중 3번의 시즌은 참석했다. 그리고 내년, 그녀가 주인공 ‘모드’처럼 진짜 80살이 되는 해에 올릴 일곱 번째 무대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에 앞서 일흔아홉 살의 그녀가, 60년 가까이 한 해도 쉬지 않고 배우로 살아온 인생을 새 작품에 담아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뚫고 <노래처럼 말해줘>라는 모노드라마를 만나고 왔다. 도저히 포기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남은 시간이, 오롯이 배우로 존재하는 순간을 눈에 담고 싶은 간절함 때문에.


‘박정자의 배우론’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오늘날까지 그가 해 온 작품 속 캐릭터를 다루고 재즈 피아노 반주에 노래 몇 곡까지 이어갔다. 영화 <기생충> 예고편에서 존재감 최고였던 내레이션과 디즈니 <인어공주> 한국 더빙에서 마녀 ‘우슬라’의 독보적인 목소리 연기도 소개되었다.


자연스럽게 그 연극의 그 인물로 변신해 연기를 하다가도 손짓, 몸짓으로 자신만의 리듬을 타며 노래할 때면 박정자는 연극 그 자체요, 노래와 춤 그 자체였다. 공연 말미에 ‘Send In The Clowns’라는 뮤지컬 넘버부를 때 뒷 배경으로 젊은 박정자부터 현재까지 여러 흑백사진이 흘러갔다. 노래의 아득함 저 너머로 그녀의 역사가 시네마 천국처럼 애잔하다. 한가득 눈물이 차올랐다. 커튼콜에서 뜨거운 찬사와 박수를 보냈다.


살아있어서, 동시대를 살다 가게 되어, 길지 않은 시간이라도 ‘연극’ 박정자를 스치듯 만난  생에 감사한다. 2021, 여든 살의 ‘모드 만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그녀의 건강과 안녕을 빈다.






인생이란

다만 걷고 있는 그림자

한순간 무대 위에 나타나서

무슨 말인지도 모를

몇 마디 대사를 내어 뱉고

무대 밖으로 사라져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초라한 단역배우에 불과하다.


- 연극 셰익스피어 <맥베스> 5막 5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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