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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Feb 08. 2020

53 - 서프라이즈!


눈다운 눈을 보고 싶은 겨울이었는데, 놀랍게도 소원이 이루어졌다. 바다가 바로 내다보이는 호텔. 분명 숙소 들어올 때까지 멀쩡했는데, 포장한 음식으로 저녁을 차려놓았더니 폭설처럼 눈이 쏟아진다.


차창 밖 발코니에 나가 잠옷을 입은 채로 눈을 본다. 검푸른 바다는 뿌옇게 변해버리고 어느새 모래사장에 눈이 쌓여간다. 눈발이 굵어지니 눈 결정체가 베란다 안까지 밀고 들어온다. 바닷가 파도 가까이 눈 구경하러 나간 사람들이 보인다. 폭죽을 신나게 쏘아 올리고, 아이처럼 천진하게 눈길을 밟는 이들.


파도 부서지는 소리, 밤바람의 차가움, 하얀 눈이 겨울을 덮는 마술. 드디어 이 계절에 눈을 만났다.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믿기지 않는 풍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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