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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Jul 12. 2019

0. 나의 아들은 슈퍼 에너자이저

프롤로그

저는 미국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아기엄마입니다. 지금은 아이들과 아이 아빠를 챙기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몇년 전에는 나만 챙기면 되는 자유로운 홀홀단신의 몸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지요. 그때 마침 집안의 경제상황이 조금 안 좋아져서 내 용돈벌이라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까운 곳의 한글 학교에 교사를 지원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기초 1반, 초등학교 저학년 남학생 6명 여학생 3명으로 이루어진 무시무시한 반을 맡게 되었는데...... 


모르는 게 약이라고, 그 때는 야심찬 마음으로 담임 선생님의 자리로 나아갔지만 지금 다시 그 반을 맡으라고 한다면 아주 심각하게 고민에 빠질 것 같습니다. 내 아이를 단 한명도 키워본 적도 없는 처녀 선생님이 학교라는 울타리에 제대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미가 철철 넘쳐흐르는 남자 아이들 6명을 상대하며 이끌어가는 수업은 95% 불 보듯 뻔한 결과이지요. 20여년간 나 혼자만 잘하면 결과도 나쁘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다가 외부적인 요소에 좌지우지 되는, 통제불가능한 상황들을 대하니 큰 스트레스 였어요. 아무리 아이들에게 하소연한 들, 매 수업 때마다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아 좌절하고 당근과 채찍을 주며, 달래보기도 하고 소리를 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눈물도 흘리고, 한학기 내내 노력해보아도 무산되는 악순환을 겪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비협조적인 모습, 그 중에서 리더급으로 반 분위기를 흐려놓는 남자아이를 두고선 쟤는 공부에 집중 못하고 산만한 아이라고 나도 모르게 낙인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나를 울린 아이들에 대한 매서운 원망의 눈빛과 낙인에 대해 합리화했지만, 이제 곧 초등학교(미국에서는 킨더 부터 공립교육체제에 들어갑니다)입학을 앞두고 있는 만 5세 남자아이를 키우는 지금은 그것이 제법 아픈 기억으로, 미안한 기억으로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이라는 지위를 다소 가볍게 보았던 나의 자만함, 아이들과 부모들의 소중한 시간을 더 값진 결과로 만들어주지 못한 나의 무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제 아들 E군은 기억 속에 남은 한글학교 기초 1반 리더급 아이만큼 에너지가 많고 활발한 아이입니다. 로봇과 영웅 캐릭터를 좋아하고 남들에게 주목 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처럼 에너지가 넘쳐흘러 놀이터나 수영장에서 플레이데이트 하는 것도 아주 좋아하지요. 보통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플레이 데이트를 하면서 느끼지만 E군은 왠만한 남자아이들에 비교해도 에너지가 훨씬 넘쳐흐르는, 슈퍼 에너자이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어요. 저는 딸만 있는 가정에서 자랐고 여중, 여고를 다니게 되어 남자아이들이 주로 어떤 성향을 가지고 대체적으로 어떤 성장을 하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이 부족한 엄마였는데 남자아이들 중에서도 상위 5프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우리 가정에 허락되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모든 육아의 정답 아닌 정답은 바로 "케바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요. 하나님이 허락하셔서 이 세상에 내려온 모든 아이들이 제각각 다르고 특별하고 아름답습니다. 모두 다르지만 비슷한 성향이라던지 참조할만한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처럼 에너지 많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가족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상대하는 교육자와 상담가, 치료사들을 위하여 미국에 살면서 우리 아이가 그동안 지나온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지나갈 길들에 대하여 글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앗! 그리고, 감각 통합/센서리 다이어트에 대한 글은 개인적으로는 울 아들에 대해 알아가는 글이지만 남아 여아 구분보다는 에너지가 많은 아이를 위한 육아팁이 될 것 같습니다. 매거진 태그에 "아들"는 검색 편의상 추가한 거예요. 참조해주세요 :) 


커버출처: http://www.afterschoolanasistrumfi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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