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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Jul 12. 2019

1. 에너지 많은 우리 아이, 근본원인은 따로있다

 

미국에서 E군이 다니고 있는 프리스쿨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돕는 큰 단체에 속해있는 학교랍니다. 유아에서 성인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리스쿨 또한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 즉, 정상아 75%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 25%로 학급을 구성하여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영유아 발달에 대한 이곳 교사들의 인식과 지식수준은 일반 프리스쿨보다 조금 높은 편입니다.  


우리 아이는 이 학교에 작년 8월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아이가 에너지가 많아서 움직임이 과격하긴 하지만, 머리가 영리해서 언어 발달이 빠르고 그림그리기를 어릴 때부터 상당히 좋아해와서 연필, 가위를 쓰는 소근육도 잘 발달해있는 편입니다. 무심코 보기에는 그저 엄마가 옆에서 키우는 게 힘겨운 에너지 많은 남자 아이로 보이지요. 


평소 E군을 관찰해 온 프리스쿨 디렉터가 생전 처음 듣는 '감각처리평가 (Sensory Processing Assessment)'를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의견을 들으니 '이게 뭐지? 우리 아이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불치병 진단이라도 받은 듯 하여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한국이었으면 친정엄마한테 하소연이라도 해볼텐데,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있어도 혼자 정신줄 붙잡고 헤쳐가야하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흑흑.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디렉터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에 소속되어있는 행동치료사와 학급에서의 관찰 평가를 1번 진행하였어요. 이 분께서는 아이가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를 내려주셔서 조금 안심했는데요.


그런데!!! 디렉터가 이 평가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감각처리전문(Sensory Certified) 행동치료사를 통해 다시 한번 평가를 받아보자고 강경하게 나오더라고요.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아이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으로 하는 거겠거니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찬찬히 생각할 시간을 가졌어요. 처음에 했던 관찰 평가를 바탕으로 소아과 선생님과 상담도 했었는데 원래 남자아이들이 에너지가 많은 편이니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닌듯 하다는 의견을 주면서 전문치료사를 소개/연결(Referral)해주는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않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제 심경이 더 복잡했던 것 같습니다. 안일한 태도를 보여서 때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과잉으로 아이의 성장을 중재하는 건 아닐까? 앞으로 다닐 학교가 어떨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디렉터의 자녀가 어렸을 때에 감각처리에 대한 이슈가 있어서 한동안 감각통합치료를 받았다고 해요. 치료 후에 행동이 굉장히 호전되었다고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곧 공립학교에 입학할 예정인 E군이 조금이라도 빨리 행동치료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 사람의 부모로서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 우리 아이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겠지요.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한들, 우리 아이가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라는 사실이 "문제가 있다"라고 받아들여져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건 사실이었어요. 현실적으로 비용에서도 부담이 되고요.


결과적으로는 E군이 원활하게 학교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감각 처리/센서리 프로세싱에 대한 도움을 본격적으로 받아보자고 결정하였습니다. 그 후로, 1) 감각처리 전문 치료사의 관찰, 2) 선생님 설문지 3) 부모 설문지, 3가지를 통합하여 E군의 감각 프로파일을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면담이 이루어졌습니다. 평가 및 면담을 해주셨던 작업 치료사는 프리스쿨 디렉터의 아들을 치료했던 분인데 현재에는 스케줄이 너무나 빡빡하고 바쁜 분이라 그 분에 소개해준 다른 분과 세션을 진행하기로 되었습니다.  


감각처리에 대한 장애(Sensory Processing Disorder, SPD)는 E군처럼 단순히 일부 감각처리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아동 뿐만 아니라, 자폐(Autism)아동 혹은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아동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일단 치료사의 말로는 주의력결핍행동장애는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하는 반면 감각처리장애만 해당되는 경우에는 약물치료없이 세션을 통해서 행동 개선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폐아동의 경우는 응용행동분석 (Applied Behavior Analysis, ABA) 치료사가 붙고 감각처리장애일 경우에는 작업치료사(Occupational Therapist, OT)가 붙는 것도 제 눈에 띄는 차이라면 차이겠네요. 감각처리장애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 여러가지 의견이 여전히 분분한 상황이고요. 그러다보니 공립학교에서도 감각처리 어려움만을 가진 아이들에 대해서는 개별 교육 방안(Individualized Education Plan,IEP) 지원은 못 해준다고 해요. 이 개별 교육 방안이 허락되면 학교에 상주하는 테라피스트, 심리치료사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좋거든요. 우리 E군의 경우에는 센서리 이슈만을 가지고 있어서 IEP는 못 받게 되었지만 진학하게 될 초등학교가 현재 다니는 프리스쿨처럼 통합적 교육환경  지향하는 학교라 조금 안심이예요. 


6월말부터 E군은 일주일에 한번씩 작업치료사를 만나 1시간 정도의 세션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 저도 함께 배우면서 감각통합치료가 어떻게 진행되가는지, 에너지 많은 우리 아이가 어떻게 달리져가는지 지켜보려고 해요.


앗! 그리고, 감각 통합/센서리 다이어트에 대한 글은 개인적으로는 울 아들에 대해 알아가는 글이지만 남아 여아 구분보다는 에너지가 많은 아이를 위한 육아팁이 될 것 같습니다. 매거진 태그에 "아들"는 검색 편의상 추가한 거예요. 참조해주세요 :) 


NOTE: 본글은 전문임상센터와 치료자의 관점이 아니라 미국에서 감각통합치료를 받았던 아이의 부모로서 공부하고 경험하고 기록하는 것이기에 주관적인 견해를 포함하고 있고 한국에서 통용되는 용어와 다소 다르게 번역된 부분도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커버출처: http://all4desktop.com/4241706-jump.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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