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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Jul 12. 2019

2. 우리 몸의 감각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감각통합 치료는 감각 식이/센서리 다이어트(Sensory Diet)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식이보다 다이어트라는 말이 일상에서 자주 쓰이니까 저의 글에서는 감각 다이어트 혹은 센서리 다이어트라고 할께요. 다이어트라고 하면 주로 살을 빼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넓은 의미에서 식이요법은 필요한 영양소를 채우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열량을 가감하여 사람들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살을 찌우고 빼는 것 뿐만 아니라 당뇨병 환자들처럼 당분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피해야하는 처방이 주어지면 그에 맞는 영양 식단을 맞춰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감각 다이어트는 아이의 몸에 필요한 감각 입력/인풋(Sensory Input), 몸이 원하는 감각 먹거리를 필요에 맞게 넣어주는 것이지요. 


에너자이저 아이들이 도움을 원하는 분야가 주로 고유수용성감각(Proprioception) 혹은  전정감각 (Vestibular System) 관련된 경우가 많은데요. 우선 고유수용성감각은 뇌가 우리 환경을 파악할 때, 외부가 아니라 몸 안에서 즉 내부에서 전해주는 정보에 의지하는 것을 지칭합니다. 몸의 내부라면, 뼈나 관절이 될 수도 있고 근육이 될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부분에 전해지는 압박이나 견인으로 인한 감각을 어려운 말로 고유수용성감각이라고 하더군요. 전정감각도 신체 운동 감각 중 하나인데 중력에 대한 몸의 방향/중심을 잡아주는 것으로 귀 안에 있는 (물이 차 있는?) 기관을 통해서 정보가 숙지된다고 합니다. 오오오, 싱기방기 *_*


일단 고유수용성감각이 관련된 감각 처리의 좋은 예가 몇가지 있는데요. 바에 가서 등받이가 없는 높다란 의자(하단그림)에 앉았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의자에 앉아 발이 달랑달랑 허공에 흔들리고 있으면 아무래도 불안감이 느껴지겠죠? 하지만 발을 발받침에 놓을 수 있다면, 발과 다리의 근육, 뼈들에 전해지는 감각을 통해서 우리가 이런 모양의 의자에 앉아있다는 정보를 뇌에게 전달해주고, 뇌는 고유수용감각 정보들을 통합하여 환경을 파악하게 되고 몸 전체를 이에 맞게 적절하게 조정해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지요. 

 

출처: https://www.homedepot.com/


엄마들이 이해하기 좋은 예가 하나 더 있는데 갓난 아기들을 속싸개로 꽉~ 감싸주는 것 아시죠? 이 정도로 꽉 감싸놓으면 불편하지 않나? 싶기도 한데, 속싸개로 아기를 감싸면 팔다리몸통를 천으로 조여주는 압력을 통해 자기가 주어진 환경에 대한 단서를 제공받고 아기가 안정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해요. 코~잠든 천사같은 아기~ 너무 예쁘네요 :)


출처: https://louloulollipop.com


감각처리에 대한 미숙함은 제 아들처럼 어린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랍니다. 어른들의 경우에도 감각처리능력에 따라 차를 타면 멀미를 심하게 한다던지 소리에 예민해서 잠을 잘 못잔다던지 귀가 잘 안 들려서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크게 나온다던지 여러가지 경우가 있겠지요. 하지만 어른들은 감각과 신경이 어린 아이들에 비해 훨씬 성숙해져있고 수 많은 연습, 주변 환경에 대한 관찰을 거쳐서 아이들보다 자신의 몸을 사회적으로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편이지요. 감각처리에 서투른 어린 아이들이 좀 더 용이하게 감각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감각통합 치료, 센서리 다이어트입니다.  


알맞은 다이어트 식단을 짜기 위해 준비: 관찰 --> 평가 --> 프로파일 작성 --> 면담

일단 여러가지 감각들 중에 어떤 부분이 중재가 필요한지 알아보아야겠죠?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E군의 경우에는 작업치료사가 학교로 와서 1시간-2시간 가량 관찰(Observation)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프리스쿨 학교 선생님과 부모가 평소에 지켜본 E군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각각 감각처리평가(Sensory Processing Measure) 설문지를 온라인에서 작성하였고요. 치료사가 수업참관하며 작성한 관찰, 부모 의견, 학교 선생님 의견 총 3가지의 관찰평가결과들을 수집, 통합하여 E군의 감각프로파일(Sensory Profile)을 만들어서 부모와 함께 미팅(Conference meeting) 시간을 가졌지요. 총 7개의 분야로 나누어진 감각프로파일에 대해서는 따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께요.


E군의 경우, 7개의 분야 중 가장 다이어트가 필요한 부분은 신체 인식 (Body Awareness)과 균형과 움직임(Balance and Motion)이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자-고유수용감각과 후자-전정감각과 밀첩한 연관이 있는 분야입니다. 물론 하나의 움직임이 이루어지기 위해 다양한 감각이 관여되었듯이 전자, 후자 사이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고요.  우리 아들의 케이스로 설명드리자면 에너지가 넘쳐서 평소에 몸의 움직임이 거칠고 차분하게 있어야하는 시간에 가만히 있는 것을 힘들어하는 편이예요. 발을 쿵쿵 구른다던지 점프나 달리는 걸 너무 좋아하고요. 넘치는 에너지 덕분에 상대적으로 몸을 가만히 통제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앉아있을 때 몸을 구부정하게 어딘가에 기대는 편이예요.


치료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게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현상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지는데요. 1.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 몸이 감각 인풋을 원하는데 감각이 둔하다보니 (Undersensitive) 일반 사람들보다 감각 인풋 먹거리를 곱절로 먹어야 배가 불러지는 경우지요. 2. 의외로 감각이 아주 예민(Hypersensitive)할 경우에도 움직임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해요. 이 경우에는 감각이 예민하여 야기되는 불안정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 방어 기제로 끊임없이 자기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 겉으로 관찰되는 결과는 비슷해보이지만 근본 원인이 이렇게 다르니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적절한 감각식이 계획을 세울 수 있겠지요. 감각이 둔해서 그런 것이라면, 필요한만큼 감각 인풋을 풍성하게 제공해주고 - 쉽게 말하면 힘을 뺄 수 있도록 놀이터에서 실컷 놀거나 운동을 시키는 경우 - 감각이 너무 예민할 경우에는 필요 이상으로 예민함을 느끼는 감각을 다소 차단해주면 좋겠지요. 


유미의 세포들 중 출출이 세포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웹툰 아세요? 거기에 보면 다른 세포들에 비해 덩치가 엄청나게 커다란 출출이 세포가 있지요. 출출이 세포가 저렇게 크면 하루 3끼 뿐 아니라 후식도 챙겨먹고 간식도 먹고 야식도 먹어야지 하루가 평화롭게 돌아갈 꺼예요. 우리 E군의 경우, 근육/운동세포 덩치가 저렇게 커다랗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ㅎ(거기에 프라임 세포는 놀기 세포?) 남들보다 많이 뛰고 달리고 움직여줘야 세포마을이 평화로운거죠.  


물론 아이가 아직 만 5세이기 때문에 완전하게 몸을 제어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예요. 하지만 이런 경향을 방치한 채로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아무래도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감각 다이어트의 좋은 점은 가정 뿐만 아니라 학교에도 협조 요청하기 좋다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가 왜 감각 다이어트가 필요한지 (일단 선생님께) 알려주고 그리고 이 다이어트를 위해 학급에서 실행할만한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를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저도 국민.......아니 초등학교 다녔을 때 반마다 선생님의 진땀을 빼는 개구쟁이 남학생들이 꼭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러한 에너자이저 친구들에 대해 가정이나 학교에서 적절한 중재를 마련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고 좀 크면 해결되겠지...라는 안일한 태도가 당연했었고 그러다보니 수업태도가 산만한 친구들은 좋지 못한 인상을 가지고 학교 생활의 첫단추를 끼우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공부에 대한 기대는 진작에 안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E군이 부모의 품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갈텐데,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좋지 못한 낙인이 찍히는 경우는 피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예요. 


앗! 그리고, 감각 통합/센서리 다이어트에 대한 글은 개인적으로는 울 아들에 대해 알아가는 글이지만 남아 여아 구분보다는 에너지가 많은 아이를 위한 육아팁이 될 것 같습니다. 매거진 태그에 "아들"는 검색 편의상 추가한 거예요. 참조해주세요 :) 


NOTE: 본글은 전문임상센터와 치료자의 관점이 아니라 미국에서 감각통합치료를 받았던 아이의 부모로서 공부하고 경험하고 기록하는 것이기에 주관적인 견해를 포함하고 있고 한국에서 통용되는 용어와 다소 다르게 번역된 부분도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커버출처: https://www.wur.nl/en/Education-Programmes/online-education/MOOC/Professional-Certificate-Programme-Food-Nutrition-and-Health.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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