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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Jul 11. 2022

팰린드롬의 요정을 찾아라!

잉쿱의 차별 없는 꿈, 창작 동화 영어 교재 프로젝트 1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그 격차가 가장 극심하게 보이는 부문은 영어라고 합니다. 부모의 소득 격차에 따른 사교육 의존도가 아주 높기 때문이지요. '영어 유치원'이라는 출발선 하나만 떠올려도 교육 돌봄이 필요한 취약 계층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경험해야 할 박탈감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이번에 진민 작가님의 초대로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된 '잉쿱 (English Cooperative)'은 이러한 아이들에게 영어 무상 교육을 제공해 온 사회적 협동조합입니다. 배움이 갈급한 곳으로 배움의 손길을 내밀어 줌으로써 국내 영어 교육의 양을 유의미하게 확장시켜 온 잉쿱! 이번에는 국내 영어 교육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멋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기존의 영어 교재는 특정 가족 형태를 기준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 좁디좁은 정상 기준에서 벗어난 아이들, 부모를 잃었다던지 버림을 받았다던지,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기존의 영어 교재로 영어를 배울 때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고 합니다. 취약 계층 아이들의 교육 돌봄 현장에서 땀을 흘려온 잉쿱은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을 교재의 필요성 절절히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직접! 교재를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저도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단편 동화 3편을 잉쿱에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멋진 작가님들이 함께 해주시고요. 마음을 모아 만들어진 따뜻한 이야기들이 잉쿱의 번역팀의 손을 거쳐 차별 없는 꿈을 위한 영어 교재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따뜻함을 함께 하고자 하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오마이컴퍼니'에서 후원을 해주실 수도 있어요. 영어 교재는 300권 제작 예정이고, 7월 24일까지 후원 마감이예요. 창작 동화가 포함된 후원을 해주실 경우 11월 초 즈음 따끈따끈한 책이 배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https://www.ohmycompany.com/reward/12295     

그러면 제가 기부할 단편 3개 중 하나인 '팰린드롬의 요정을 찾아라!' 한글본을 공유하도록 할게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Palindrome (회문): 거꾸로 읽어도 제대로 읽은 것과 같은 문장이나 낱말, 숫자, 문자열 등




“이 초콜릿은 점심 먹고 나랑 나눠먹기로 했잖아! 몽땅 먹어버리면 어떡해~”

“미, 미안해! 내가 진짜 왜 그랬지?”

안나(ANNA)가 당황하며 대답했어.

“흥, 거짓말쟁이!”

아이린은 안나를 째려보다가 다른 친구들에게로 휙 가 버렸어.

안나는 덩그마니 제자리에 서서 머리를 긁적거렸어. 원래 안나는 한번 약속한 걸 반드시 지키는 아이였거든. 근데, 오늘 학교에 온 뒤로 자기도 모르게 약속을 어긴 게 벌써 11번째였어. 이상하게도 말을 해두고 뒤돌아서면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됐거든.

진짜 왜 그럴까나?


“휴……..”

안나가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어. 교문을 나가려는데 고양이가 휙 지나가는 것 같은 거야.

“내가 본 게 고양이인가? (WAS IT A CAT I SAW)?”

안나는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서 쪼그려 앉았어. 혼잣말을 하며 고양이가 와주기를 기다렸지.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어. 나도 모르게 계속 약속을 어기는 거짓말쟁이가 돼 버렸거든.”

간식을 발견한 고양이는 안나에게로 다가오더니,

“.......팰린드롬의 요정이 한 짓이야.”

라고 또박또박 말을 했어.

“으악!”

안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지.


“크큭, 말하는 고양이 처음 보니? 맛있는 간식을 준 게 고마워서 도와주려는 거야.”

고양이는 눈을 휘둥그레 뜬 안나를 보며 말을 이어갔어.

“팰린드롬의 요정은 앞으로 해도 거꾸로 해도 똑같은 걸 좋아해. 예를 들면 내 이름 오토 (OTTO)처럼…….”

“O…...T……T…….O, 와, 진짜다! 그리고 내 이름 안나(ANNA)도!”

안나는 재밌는 비밀을 알아낸 듯이 소리쳤어.

“그 녀석이 네 마음의 열쇠를 가져가서 했던 말을 못 지키는 거야. 마음의 열쇠는 예쁜 구슬 모양이거든. 팰린드롬처럼 앞에서 봐도 뒤에서 봐도 똑같아.”

“오토,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팰린드롬의 요정부터 찾아내야지!”


안나는 텅 빈 운동장부터 쭈욱 둘러보았어.

“안돼(O NO)! 여긴 아무리 봐도 요정이 있을만한 곳은 보이지 않아! 그럼 나는 평생 거짓말쟁이로 살아야 하는 거야? 어떻게 그걸 참고(PUT UP) 살 수 있어?”

“침착하게, 안나, 침착하게 (LEVEL, ANNA, LEVEL).”

오토가 긴 꼬리를 살랑대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어.

안나는 오른쪽 눈(EYE) 한번, 왼쪽 눈(EYE)을 한번 비빈 뒤, 두 눈을 크게 뜨고 운동장을 다시 둘러보았어.

그랬더니 안나가 제일 좋아하는 정글짐이 눈에 들어왔어. 정글짐은 앞에서 봐도, 뒤에서 봐도 똑같은 모양이었어.

“정글짐, 내 짐(MY GYM)으로 먼저 가보자!”


안나가 정글짐에 올라타기 시작했어. 오토도 뒤따라 폴짝 올라갔지.

“흠,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안나가 정글짐 구석구석을 살펴보다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어. 그 바람에 오토의 발을 밟아버렸지.

“캭, 동물을 밟으면 안 되지 (STEP ON NO PETS)!”

오토가 그 말을 소리치자 정글짐의 꼭대기(TOP SPOT)에서 소리가 났어.

펑(POP)!

안나와 오토가 꼭대기로 가서 내려다보니까 그곳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땅굴이 만들어졌어.  

“와우(WOW)!”

안나와 오토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땅굴로 뛰어내렸어.

땅굴 벽에는 요정이 수집한 팰린드롬 단어들이 잔뜩 붙어있었어. 안나와 오토는 아래로 떨어졌어. 하지만, 글자 하나하나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천천히.

.

.

MOM

.

.

DAD

.

.

NO LEMON, NO MELON

.

.

TOO BAD I HID A BOOT

.

.

마침내 안나와 오토는 땅에 사뿐히 내려왔어. 카약(KAYAK)을 타고 출렁거리는 강물을 지났어. 레이싱카(RACE CAR)를 타고 꼬불거리는 산길도 지났지. 길의 끝자락에 다다르자 집이 하나 나타났어.


안나의 윗집에 사는 키다리 아줌마(MADAM)만큼 커다란 문에 대고 노크를 했어.

탓타랏탓 (TATTARRATTAT)!

문이 열리고 요정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어. 순간, 요정의 손에 반짝거리는 동그란 구슬이 보였지. 안나는 오토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앗, 내 열쇠! 빌린 걸까, 훔친 걸까(BORROW OR ROB)? 아마도 훔친 거겠지!”

“내가 그랬다고? 내가?(I DID? DID I?)

요정을 얼굴이 붉게 붉게(REDDER and REDDER) 변했어.

“그래, 얼른 내 열쇠를 돌려줘!”

“싫어~ 싫어~”

요정은 안으로 쪼르르 도망가더니 안나의 아랫집에 사는 아기(TOT), 밥(BOB), 만큼 작은 문으로 기어들어갔어. 그리고 문을 쾅 닫아버렸어.


“에구구, 코 앞에서 요정을 놓쳐버렸네. 너무 다그쳐버리면 어떡해.”

오토가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어.

안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자작나무 침대(BIRCH CRIB)에서 아기를 돌봐주던 기억을 떠올렸지. 이번에는 닫힌 문 앞으로 다가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어.

“요정아, 너는 앞으로 보아도 거꾸로 보아도 똑같은 팰린드롬을 좋아한다고 했지? 그래서 예쁜 구슬 같은 마음의 열쇠를 가져간 거지?”

“.........”

“근데 나는 지금 내 마음의 열쇠를 잃어버려서 앞에서 했던 말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른 거짓말쟁이가 되고 있어. 앞뒤가 같은 사람이 되려면 나는 내 마음의 열쇠가 꼭 필요해. ”


마침내 요정이 문을 열고 안나에게 열쇠를 내밀었어.  

“.......미안해.”

“괜찮아. 열쇠를 찾았으니 이제 나아지겠지, 안 그래? (It will get better, WON’T IT NOW)?  

안나가 요정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어.

“바깥세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지? 그렇다면 여기로 가면 쉽게 갈 수 있어.”

밖으로 나온 요정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안나에게 딱 맞는 문을 열어주었어. 안나는 한 손에는 오토를 안고, 한 손에는 마음의 열쇠를 쥐고 요정에게 인사를 했지.

“고마워. 그리고 내 이름은 안나(ANNA)야. 바깥세상으로 놀러 오면 같이 재밌게 놀자!”

“열쇠를 돌려줬으니까, 지금 한 말은 지킬 수 있는 거지?”

“응, 나는 네가 좋아하는 팰린드롬 같은 친구니까!”  


딩동댕~
책상에 엎드려있던 안나가 잠에서 깨어났어. 고개를 들어보니 시계는 12시(NOON)를 가리키고 있었어. 여전히 점심시간인 거야!

손에는 아이린과 나눠먹기로 한 초콜릿이 있었어. 안나는 무언가 생각난 듯, 일어나 친구의 자리로 다가갔어.

“이거 아까 점심 먹고 나눠먹기로 했잖아. 우리 같이 먹을까?”

“와(YAY)! 같이 먹으려고 기다려주고 있었구나. 역시 안나는 믿을 수 있는 친구야!”

안나는 가슴 한구석이 몽글거렸어. 아마도 요정이 돌려준 열쇠가 마음의 방을 잘 지키고 있다는 신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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