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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환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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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Nov 27. 2022

시트콤 1

탐폰

대학 졸업반인 소리는 마켓 리서치 회사의 인턴십을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여성용품을 판매하는 영국의 모 회사에서 자신들의 인기 상품인 초소형 탐폰을 론칭하기 위해 소리네 회사에 시장분석 의뢰를 해왔다. 프로젝트를 맡은 소리네 팀에서는 각 연령대의 여성 소비자들을 뽑아서 소규모 그룹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인터뷰를 진행할 모더레이터는 팀 내 정직원 중 가장 막내이자 여자인 정대리가 맡게 되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한다는 거야?"

그룹 인터뷰를 진행해야 할 정 대리는 걱정과 호기심이 뒤섞인 눈으로 제품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너울거리는 꽃무늬가 새겨진 핑크색 탐폰은 달랑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자그마했지만 정대리는 그것이 위협적인 미사일 같다고 느꼈다. 플라스틱 막대기의 끝에는 폭탄의 심지처럼 보이는 새끼줄까지 길게 늘어뜨려 있었다.

"난 그동안 생리대만 썼는데........"

정대리가 변명하듯 웅얼거리자 옆에 앉은 소리는 알 수 있었다. 현재 남자 친구도 없는 정대리는 정말로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다는 것을. 아마 어렴풋이 그 구멍과 저 구멍의 사이 어딘가 정도의 구멍으로 알지 언정 말이다.

정대리는 주변을 둘러보고 남자 동료들이 휴게실로 모두 떠나 있다는 걸 확인하고 팀 내 또 다른 여자인 소리의 어깨를 톡톡 쳤다.

"소리씨, 이거 써본 적 있어요?"

"네. 저는 탐폰만 써요."

"정말? 정말? 잘 됐다! 나 좀 알려줘요."

뭘 어떻게 알려달라는 걸까. 소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간호사처럼 주사를 쏘아 올리는 손 제스처를 보여주었다.

"여기 막대기를 질 입구로 집어넣고 뒤에 손잡이를 밀어주면 솜이 안으로 쏙 들어가요."

대답을 들은 정대리는 아까보다 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 와중에 무언가를 더 원하는 듯한 정대리의 눈빛을 보며 소리는 저런 건 시장 조사 연구원으로서 참 좋은 자질이라고 감탄했다. 소리는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대리를 옆에 두고 끝내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해서 말이죠......."

 엉덩이를 뒤로 빼고 100%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세를 선보였다.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소리는 딱 저런 자세로 작업을 하곤 했다.

정대리는 진지한 눈빛으로 소리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오래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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