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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애 Jul 03. 2024

태양처럼

  같은 연극을 이틀 연속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6월 15일과 16일, 연극 <연속, 극>을 보았다. 세월호 엄마들이 만든 ‘노란리본’ 극단에서 올린 작품이었다.  

  2016년부터 세월호 희생학생 여섯 명의 엄마들과 생존학생 한 명의 엄마는 함께 연극 공연을 해왔다. <연속, 극>은 각 배우의 실제 자기 삶과 자신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 일곱 개로 이뤄져 있다. 물론 슬픔이 스며 있지만, 명랑함 또한 잊지 않은 극작과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로 이야기마다 웃음이 빠지지 않았다.     


  도현 님은 강단 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성추행한 사장을 내보내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투쟁해, 결국 사장을 사퇴시킨 적도 있었다. 도현 님과 남편, 그리고 아들 동수는 함께 게임도 하던 단란한 가족이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친구처럼 지내던 모자였던 것이다.

  명임 님은 결혼 후 오랫동안 아이가 없자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며 살았다. 하지만 연극을 하며 변하기 시작한 명임 님은 아들이 곁에 있을 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남들은 몰랐던 엄마의 다채로운 면을 알고 있었던 수인이는 말한다.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서 행복했어요.”

  지영 님에게 순범이는 엄마의 미용실 심부름도 잘하고, 엄마가 퇴근하고 오면 저녁도 해놓던 심성 고운 막내아들이었다. 지영 님은 너무 힘들어 다 놓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들 순범이와 약속한 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예진 엄마 유신 님은 귀엽고 발랄한 에너지로 예진이 탄생기를 들려준다. 예진이는 자기 엄마 아빠가 얼마나 서로 사랑했는지 듣고 그 이야길 좋아했다고 한다. 유신 님이 “나의 첫 아가 예진아.” 하고 딸의 이름을 부르는데, 담담한 그 목소리에 마음이 더 아팠다.

  혜영 님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막내 윤민이를 낳았다. 그만큼 예쁜 딸이었다. 혜영 님은 첫째와 둘째 딸에게 막내가 떠오를 때 슬프다고 피하지 말자고 한다. 윤민이와의 추억을 다 말하며 살자고 한다. 영원히 함께하도록. 그 강인한 엄마의 모습이 관객에게도 힘을 주었다.

  영만 엄마 미경 님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많다며 버킷리스트를 들려준다. 그 자신감 있고 의욕 많은 모습이 좋았다. 미경 님의 꿈 중 하나는 영만이 기억관과 연극인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미경 님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환한 빛을 비추는 “태양처럼” 살아갈 거라고 말한다.     


  내 옆에 앉은 중년 남성 관객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엄마들은 슬픔을 안고서도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지만 열정적으로 사는 배우들을 보며 관객들은 용기를 얻었다. 

  어느새 세월호 참사 후 10년이 지났다. 그동안에도 우리 사회에는 이태원 참사를 포함해 많은 비극이 일어났다. 사회를 바꾸는 것은 너무나 크고 어려운 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지영 님이 극 속에서 말했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연극에서 미경 님은 자신들을 응원하는 우리 관객들에게 존경한다고 얘기했는데, 나는 배우님들이 존경스럽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엄마들이 멋지다. 노란리본 단원들을 비롯해 많은 분이 노력한 만큼 조카와, 내 친구들의 아이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들은 극 속에서 서로의 아이가 된다. 꿈처럼 짧은 시간이지만 무대 위에서 자신의 소중한 아이와 웃으며 이야기 나눈다. 애진(생존자) 엄마 순덕 님은 여섯 명의 엄마와 온몸 온 마음으로 함께 연극을 한다. “상처 입은 엄마들이 언젠가는 빛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금도, 아픔 속에서도, 엄마들은 빛나고 있다. 서로 손 잡아주며, 관객과 함께 울고 웃으며 배우들은 무대에서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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