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며 시작하는 하루
어제 잠자기 전 남편과 내일 아침 (오늘, 4월 20일 토요일 아침) 어디로 외출을 해볼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지난번에 갔었던 카페에 다시 가 보기로 했다. 무슨 건축대상을 받은 건축가가 지었다는 그 카페는 일단 내부가 넓어서 자리가 넉넉하고, 층고가 매우 높아 답답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이제쯤 가면 그 카페 화단에 풀잎처럼 자라고 있던 튤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사실 이 카페가 유명한 이유는 유명한 건축가가 지어서이기도 하지만 베이커리 카페로 다양하고 맛있는 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밀가루로 만든 빵은 소화가 안 되는 편이라 웬만하면 먹지 않는 게 습관이 되어 심지어 눈앞에서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 걸 봐도 딱히 식욕이 동하지 않는데, 여기 가면 밀가루 빵이라도 꼭 한입은 먹고 싶을 만큼 맛있어 보이는 빵이 한가득이다. 나중에 배가 아플지 언정 최대한 밀가루가 적게 들어가고 버터나 부재료가 많이 들어간 빵을 골라 한두 입 먹는 것도 이곳에 가는 기쁨이다.
하루를 기대하며 시작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주말까지 새벽잠을 줄여가며 바쁘게 일터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도 감사하다. 오늘 아침엔 느긋하게 빵을 구워 그 위에 치즈와 올리브를 올리고, 다시 치즈가 녹을 만큼만 살짝 구워 먹기로 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하나하나까지 감사하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감사와 기대는커녕 대상 없는 원망만 하며 지낸다. 굳이 대상을 찾자면 허공에, 스스로에, 지나가 버린 시간에. 그럴 땐 스트레스가 많아 급성 두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내 신경과 선생님이 "자 이제 일주일에 몇 번쯤 하나도 안 아픈 날이 있어요?"라고 물으면, "거의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조금 찔린다. 이렇게 대답해야 약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내가 만들어 낸 스트레스로 일주일에 몇 번씩 아픈 때도 있지만 사실을 말할 수가 없다.
전에 들었던 강연과 읽었던 책에서 '생각이 감정을 조율하게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원망하는 날보다 기대하는 날이 많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내 감정을 내가 통제하고 생각으로 감정을 조율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 많은 연습이 필요할 테니 계속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