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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카톡

내 마음을 읽어 주려 하는 사람

by 춤추는 곰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보니 엄마의 카톡이 와 있었다.


"일어났니? 물어볼게 하나 있어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엄마가 "아, 어제 얘기한 거 있잖아. 전화 끊고 나서 생각해 보니까 혹시 네가 고모네 마스크 보내주고 싶어서 그러나 싶더라고. 그 정도는 엄마가 해줄 수 있을 거 같아서." 하셨다.


나는 "아니야. 그렇게까지 생각 안 해도 되는데. 내가 한 말을 그렇게 열심히 생각했어? 안 그래도 되는데. 뭐 그게 되게 간단한 일이면 몰라도 그런 것도 아니고. 거기 사촌동생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챙기겠지 싶기도 하고. 정 필요하시면 얘기하셨겠지. 괜찮을 거야."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엄마가 또 "아니 뭐 그냥 그래도. 네가 그러고 싶어서 말을 꺼낸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네가 하고 싶으면 조금 더 모아서 보내면 되니까. 크게 번거로울 것도 없어. 엄마도 고모가 너 챙겨준 거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데, 이런 거야 해줄 수 있지." 하셨다.


그래서 난 "응, 사실 나도 신경 쓰이긴 하는데. 그럴 수 있으면 좋지. 그럼, 그렇게 할까? 아니다. 그럼 내가 한 번 다시 고모한테 물어보지 뭐. 필요하신가 어쩐가. 그리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했다.

엄마는 "그래 그럼 그러자" 하고 전화를 끊으셨다.


시차가 14시간이니 엄마는 아마 아침에 나랑 통화를 하고 나서 잠깐, 그리고 또 내가 자고 있는 동안 한두 번쯤 '혹시 그런 마음이 들어 얘기를 꺼냈는데 엄마한테 부탁하기 미안해서 그냥 말만 하고 말았을 수도 있겠구나. 이따 일어날 시간쯤 해서 내가 먼저 물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냥, 지나간 말을 다시 꺼내 어떤 마음인지 알아주려 하셨을 그 모습을 생각하니 참. 사실은 무슨 굳이 꼭 어떤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서 내 뜻을 이루려는 그런 게 아니었으니 특별히 우물쭈물 대거나 심각하게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려니, 나는 엄마의 마음을 그렇게 읽으려고 하면서 사나 싶어 되돌아보게 된다. 무심결에 엄마의 마음을 못 알아채고 흘려보낸 날들도 많았겠지. 나도 여느 딸들처럼 철없을 때도 많고 이기적일 때도 많고, 바쁘다 어쩐다 소홀할 때도 많다. 오히려 엄마는 내가 뭔가 빠뜨리거나 남들은 서운하다고 할지 모를 상황이 생겼을 때마다 "네가 괜히 그러니. 바빠서 그런 거지. 네가 지금은 그런 거 신경 쓸 틈이 없어서 그런 건데. 엄마 아빠가 지금은 크게 너희가 챙겨줘야 할 만큼 아주 나이 든 것도 아니고. 괜찮아. 신경 쓰지 마." 하신다. 이해해 주실수록 더 잘해드려야지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부족한 게 많다.


고모께 연락드려봐야겠다.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감사할 때가 참 많은데, 오늘도 그렇다. 엄마 덕분에 부족한 점이 많은 내가 좋은 딸도 되고, 좋은 동생, 좋은 아내, 좋은 친구가 될 기회를 얻는다고 늘 생각하는데, 오늘은 또 엄마 덕에 좋은 조카도 될 수 있겠다. 이제는 엄마가 내 덕 좀 보고 사셨으면 좋겠는데.


"너도 자식 낳아보면 알걸. 다른 거야. 엄마가 너한테 갖는 마음이 네가 엄마한테 갖는 마음이랑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니. 내리사랑이란 게 괜히 있는 말이겠니? 그리고 엄만 네가 있어서 정말 좋아. 그러니까 너무 잘하려고 부담 갖지 마.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하시던 엄마 말씀이 생각난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쓴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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