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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 읽는 곰

여행, 그림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김물길,『아트로드』

by 춤추는 곰
『아트로드』 표지 © 김물길, (주)알에이치코리아, 2014


김물길 작가의 『아트로드』는 그 첫 소개글에서부터 이것이 단순한 여행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찾기 위한 길 위의 이야기"임을 밝히고 있다. 언뜻 제목만 보았을 때는 그림을 그리며 여행하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는데, 책장을 펼치자마자 작가가 내게 "그게 아니야"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작가는 실제로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유럽 그리고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에피소드들에 맞는 자신의 느낌과 순간순간의 생각을 담아낸 그림들을 담아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많은 나라들을 다녀왔다는 것이 아니라, 이 긴 여정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소중한 인연들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무척 행복한 사람이다. 유명 관광지를 보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 도시의 맛집을 찾아가 먹지 않아도 좋다. 시내에서 쇼핑하지 않아도 괜찮다. 보물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나에겐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다. (p434)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행복했다. (p434)


작가의 이 말은, 여행 속 사람사이의 인연과 그림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 주었는지를 오롯이 전달해 준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다시 만난 모리스」 (p282)라는 에피소드였다. 모리스는 아프리카 트럭 투어를 통해 맺어진 인연으로, 모리스의 집을 후에 다시 찾게 되었는데 그 가족과 모리스가 작가에게 어떻게 대해 주었는지를 읽고 있노라면 그 따스함이 글 너머 온몸으로 전해졌다.


매일 아침 모리스는 아르바이트 가기 전에 내 방에 '너를 다시 보게 돼서 기뻐, 즐거운 하루 보내'라고 쪽지를 써서 붙였다. (p282)
수로, 곧 생일이지? 혹시 그날 혼자 있더라도 꼭 생일을 챙기고 축하하렴. 그리고 이 상자는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기차 타면 열어봐." 어머니를 꼭 안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중략) '수로야. 행운을 빌어. 많은 키스를 보내며.' 편지의 글씨가 흐려졌다. 뜨겁게 차오른 눈물이 편지 위로 떨어질까 고개를 더 푹 숙였다. 파리로 향하는 기차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p283-284)


그만큼 작가가 사람 사이의 인연을 소중히 하고 귀하게 대했기 때문에 주변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까지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외의 이야기들 속에서도 작가의 시선은 일상 속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놓치지 않으려 작은 것들에 머물렀고, 앞서 소개한 것처럼 그것은 유명한 관광지나 맛집일 필요가 없었다. 늘 '보물 같은 사람'을 곁에서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기에, 보통 사람이라면 무심코 스쳐지나 보내는 보물 같은 인연이 작가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가버리지 않고 하나하나 말을 걸며 다가오는 것 같았다.


『아트로드』는 단지 흥미로운 여행담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의 그림들을 보는 재미와 함께 사람 사이의 소중함이 가져오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여행, 미술 그리고 사람을 소중히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참조: 김물길,『아트로드』, (주)알에이치코리아, 2014.

대문사진 출처: 『아트로드』 표지 © 김물길, (주)알에이치코리아, 2014


(추가)

*김물길 작가님의 작품을 더 감상하고 싶으시다면 아래 정보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

https://www.kimmulgil.com/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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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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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hoes of Evergreen >

▪️전시기간 : 2025.04.18 fri - 05.11 sun (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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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87 PBG 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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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 10: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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