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요즘 인상깊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에 떠서 우연히 봤는데

최근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와닿는 내용이 많다.

남자주인공의 이런 대사가 있었다.

"왜 밤에 잠이 안 와?" 라는 질문에


사진 출처 - JTBC드라마 한사람만

"무서워, 자는 게

엄마가 죽는데 잤어

그날 밤에 엄마가 되게 많이 아팠거든

그래서 오늘 밤을 못 넘길수도 있겠다..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슬프고 무섭고 그랬는데,

잠이 들었어

자는 사이에 엄마가 없어져 버린거야

혼자 보냈어 외로웠을 거야"




나또한 아빠의 곁에 있으면서

아빠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그 마지막 숨을 지켜보고 싶어서

밤에 잠도 쪼게가며 잤고, 지하식당으로 밥도 언니엄마 나 돌아가면서 먹고,

밖에서 잠시 친구랑 통화를 하고 들어올때도,

잠시 화장실을 가거나 샤워를 할 때도 병실을 비우거나 아빠 옆을 비우는게 마음에 걸렸었다.


죽음의 냄새가 짙게 드리우고,

고통에 찬 신음이 이어지고,

아빠의 눈엔 점점 초점이 없어지는데

그걸 지켜보는 불안함보다도

아빠 침대 옆 불편한 간이의자,

아빠와 나 사이를 쓸데없이 갈라놓는 침대 양옆 사이드레일

(규정에 어긋난다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절대 못 내리게 하셨기에)

그 불편함이 더 컸다.

간이의자에 앉아 그 딱딱하고 차가운 사이드레일 너머로

아빠의 손을 잡고 있는 자세가 너무나 불편했기에

20분 이상 앉아있는게 참 힘들었다.


옆에 앉으면 불편하고, 옆을 비우면 마음에 걸리고..

그렇게 어쩔수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마지막에나마 아버지의 웰다잉과 가족과의 제대로된 이별을 위해

호스피스로 옮기고 싶었지만 코로나 난리통에

이미 아버지의 상태는 예상할 수 없던 어느 시간에

병원이전이 어려울만큼 위중해있었다.


그런데 모닝 리추얼을 한다고..

어떻게든 매일 아침 리추얼을 한다고 아침 확언, 운동, 독서를 끝내놓고

인증하려고 인터넷에 일지를 쓴답시고 하느라..

여기저기 쑤신 몸을 잠깐이라도 기대어 쓰고 싶어서 아빠에게 등을 지고 글을 쓴다고..

그 5분10분 남짓의 시간동안

병실에 들어온 간호사가 혈압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뒤돌아서 아빠를 보니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더이상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아빠가 눈도 채 감지 못한채 더이상 숨을 쉬고 있지를 않았다.

병실에 있는 그 일주일동안 업무를 못 하니

리추얼이라도 끝끝내 하려고 애썼는데..


그런게 그냥 고집이었던 것만 같았다.

그 잠깐 사이에 엄마도 핸드폰을 하고 있었고,

밤새 잠을 설쳤던 언니는 잠시 누워 눈을 붙이고 있었는데..

내가 글을 쓴답시고 아빠의 마지막 숨을 지켜보지 못했다.

일주일을 곁에서 밥도 잠도 그 어떤것도 편하게 못 하고 버텼는데..


그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게

괜히 찜찜하고 괜히 미안했다 아빠한테..

엄마랑 언니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그날 까지만 후회하고 다음날 깨끗이 잊어버리라고 했는데..

지금도 못내 마음이 아프다.


결국 아버지를 보내고 한달하고도 일주일이 된 오늘 난

이제 실컷 아버지 걱정없이

실컷 일할 시간이 넘쳐남에도

업무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아빠 간병하느라 일을 할수 없다고 속으로 그렇게 조급해 했으면서

지금은 오히려 일을 할수가 없다.




이런 내 말을 구구절절 누군가가에게 할수도 없고,

괜히 무거운 마음만 그에게 지울것같아 말을 잘 못하고 있다.

원래 누군가에게 완전히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난 누구에게 기대질 못한다.

결국 내 외로움이고, 내가 해결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해서

엄마에게도 언니에게도 내 나름은 얘기한다고 해도

그렇게 깊은 얘길 하지 못한다.


솔직히 내 속내를 나조차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 외로운지,

아픈지,

상실감에 힘든지,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른채..


왜 빨리 일상에 복귀해서 일하지 않느냐고

자신을 채근하고 답답해하고 있었다.

하루종일 집밖에 나가지도 않는 내가

친구들과 주고받는 문자도 힘들어하는 내가..

그냥 다 싫고 답답하다고 여겼다.




아니, 나는 적어도 나에게 그러면 안될것같다.

적어도 이 순간들은 난 나만의 편이어야 한다.


10년도 더된 옛날, 어쩌다 키우게 된 길냥이가 한달도 안 되 죽었던 게 떠오르면

아직도 가슴을 부여잡고 우는게 나란 사람인데..


29년을 함께한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한달만에 나한테

이제 됐다, 그정도 울었음 됐다, 충분하지 않냐

그건 너무 잔인한 말이다.


적당히 덮고 안 보고 괜찮다 여길게 아니라,

이젠 좀 마음을 드러내어 날 애도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