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나 서른인데 어쩌라고

서로 크게 마음 상했던 이와

서로 어떤 마음이었는지

나눴다.


내 딴엔 남김없이 내가 느꼈던 것들을

그대로 전달하려 했다.

물론 내 개인적 생각과

상대를 아프게 할 말들도 섞여 있었겠지.


그리고 상대에게서도

이번 일로 인해 나와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단 말을 들었다.


그래.. 이렇게 무너질 신뢰였다면

무너지는 게 맞았단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홀가분하다.

날 믿지 마. 나도 널 쉽게 믿는다고 착각하지 않을게.

우리 서로에 대해 뭘 얼마나 안다고

신뢰라는 말을 쓸까?


믿고,

의지하고,

기대하고,

그러다가 이렇게 와장창 깨지고 실망하게 되었잖아.


며칠밤 잠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고

상처받은 마음으로 홀로 달래며..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


다만 내가 돌아오는 길이 전혀

후련하지 않고,

계속 마음이 무겁고 찝찝한 이유는

'이런 시간을 필수불가결하게 지나쳐야할 시간같다.'

는 나의 말에 고개 돌리는 모습과

대화가 마무리되고 포옹하려하자

안는 둥 마는 둥 경계하는 듯한 그의 몸짓이

나를 더 긴장하고,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다른 친구에겐

계속 등을 쓰다듬고 애정표현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이런이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 말하면서

내 이름은 호명하지 않는 것.

이야기로 풀고 서로 말을 나눴지만

그 뒤에 이어진 그런 몸짓,태도,표현들이

나에게 큰 거리감과 경계심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나 또한,

그가 말하는 것들에 마냥

동의하고 눈을 반짝이며 듣던 과거와는 달리

동의되지 않는 말들을 할 때

고개를 돌리고 눈동자를 굴리거나

천장을 보며 크게 숨을 내쉬는

행동들을 반복했다.

일부러 그러려고 그런건 아니지만

나도 너무 힘들어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동들이 나온 것 같다.


마치..

헤어졌던 연인과 다시 만나기로 한것처럼

이토록 깊이 서로의 신뢰가 무너진 관계를

이어갈 순 있을까..?

잘 감이 오지 않고,

정말 어렵게 느껴졌다.


언제즘 괜찮아질까?

언제즘 관계가 회복될까?

1달 3달 1년?

그건 정말 모르겠다.


다만,

오늘 밤이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이라고 부를 만큼

아주아주 고되고 힘든 밤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나로선 설명할 수 없는,

지금의 나로선 그를 다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의 나로선 그저 나의 입장만

자꾸 방어하게 되는


아프고, 고된 밤이다.


이제 겨우 서른인 내가..

세상과 관계를 알아봤자 뭐 얼마나 알까..

가끔씩 이렇게 관계에 있어

크게 부딛치고 실망할 때마다

이 마음이 언젠가 괜찮아질까?

싶을만큼 깊은 아픔을 경험한다.







난 아직 그를 위로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어쩌면 그 또한 그래 보인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시간끝에 우리가 어찌 될진 모르겠다.


모임이 자주 있다보니

또 금방 만나게 될텐데

포옹하고 안는 서로서로 사이에서

난 그 경계심의 몸짓을 느끼고 싶지 않아

포옹하는 그들을 바라만 볼지 모른다.


그냥..

괜찮아질거란 말 따위

이번 일로 더 많이 성장하고 성숙할거란 말없이

이런 나를 위로하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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