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가지 말아야 할 이유 수만 가지와 가야 할 이유 1가지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떠나기 12일전

가지 말아야 할 이유

1, 다니는 댄스학원의 연초 공연 일정
이번에 참여하고 싶은 아프로, 댄스홀 장르 선생님의 공연이 정말 많다. 너무 재밌을 것이다.

2, 함께 해온 커뮤니티
댄서로 살며, 1인 콘텐츠 사업가로 살며 교류해 온 커뮤니티가 정말 돈독하다. 가족만큼 가까워진 이들과 1년이나 떨어져 지낼 생각을 하니
벌써 많이 보고 싶고 아쉽다.

3, 내 명의로 낙찰받을 수 있는 아파트
함께해 온 부동산스터디 클럽에서 올해 아파트 2개를 낙찰받았는데 내 명의로 아파트 1개 더 낙찰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앞으로 낙찰, 명도, 잔금처리등 업무를 다 해보고 싶었다 정말 진심으로..

4, 50만 인플루언서의 숏폼강의
맨땅에서 50만 구독자까지 성장한 인플루언서 틱톡커이자 유튜버 그분이 이번에 소수 인원으로 숏폼 교육강의를 전해주신다고 한다.
정보전달, 교육 콘텐츠와는 장르가 다른, 내가 되고 싶은 인플루언서 콘텐츠이기 때문에 새로운 빅재미와 야성을 배우게 될 것 같다.
솔직히 이게 제일 아쉽다.

5, 신사임당의 유튜브 PT
수익화 콘텐츠를 위해 정말 하다 말다 하는 콘텐츠가 아닌 제대로 자리 잡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열린 것 같다.
행여 하다 말다 할지라도 그만두면 왜 그만두고, 계속하면 왜 계속하는지. 그 명확한 이유를 스스로 분석하고 나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배울 수 있게 된다.

6, 댄스 중개 플랫폼 - 새로운 사업제안
그동안 무용지원사업 쪽으로 전문가로 지내시며 직원을 꾸려나가시던 분이 댄서와 수강생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스타트 멤버로 나와 함께 하고 싶단 제안을 해오셨다.

7, 알렉산더 테크닉 대가와의 만남
그동안 해온 그 어떤 재활운동, 요가, 마사지, 세러피의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운동법을 만났고
선생님이 하란대로 하면서 몸의 변화를 아주 많이 느끼고 있다.
계속 춤추며 느꼈던 발목과 무릎 통증도 많이 사라졌다. 이렇게 근육을 제대로 쓰는 법을 익히면
앞으로 댄서로서 춤을 성장시키는데도 많은 문제가 사라지고 원하는 레벨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고,
전문적으로 배운다면 부상에 시달리는 댄서들과
일반인 분들께 1:1 PT로 돈을 벌어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에 반대되는


가야 할 이유

그냥.. 가고 싶어서



막상 정말 갈 날짜가 다가오니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올라왔다.



비행기 날짜를 미루는 게 좋지 않을까?
이 기회들을 놓치지 말고 다 해보고 가야 하지 않나?
아직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온갖 생각이 들고,

고민하는 나에게 친구들은 말했다.



“네가 지금 가지 말까, 갈까 고민하는 이유는 하나를 선택했다가

다른 하나가 더 좋은 선택이면 어떡하지?

내가 한 선택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 때문이야.


그러면 이걸 선택했을 때 최고의 결과, 최악의 결과와

이걸 선택하지 않았을 때 최고의 결과, 최악의 결과를 써보고

더 나은 쪽을 선택해.”



“중요한 건 다녀와서도 유튜브, 숏폼 언제든지 다시 배우고 시작할 수 있지만

워홀은 지금밖에 못 간다는 거야. 41살엔 못 가.”


이런저런 말들을 들으며,

차분히 다시 마음을 정리해 보았다.



가장 고민이 많이 드는 것은 경험이 없는 일을 선택할 때인 것 같다.

이미 양쪽에 경험이 다 있으면 좀 더 선택이 쉬울 텐데

경험하지 않은 일들을 앞에 두고 뭐가 더 좋을까?

고민하는 것은 실은,

답이 없는 고민이다.



해보지 않은 선택을 고민하는 것만큼 괴로운 고민이 없다.

하지만 우린 늘 거기서 제일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 안에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있다.

그 일상 속에서 할 일은 "어떻게 오늘을 잘 살아볼까?"

질문하고 실행하는 것 밖에 없다.


그리고 뭐를 결정하고 행했든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고,
어쨌고 저쨌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거기서 내 모습을 다시 잘 바라본다.


내 작은 경험과 지식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려 했구나.
좋은 것만 골라하고 싶은 욕심이 앞섰구나.
그런 마음으로는 어떤 선택을 해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미련이 남겠구나.


그리고 이 말을 새겨본다.


세상은 나보다 크다. 세상이 나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다.
나는 유한하지만 세상은 무한하다.
세상을 믿어보자. 믿고 나아가보자.



나는 무엇이든 할지 말지 선택할 자유의지가 있지만,

그에 따른 모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삶은 늘 나에게 뜻밖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것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길도 있었고,

오랫동안 염원하고 바라왔던 것들이 이뤄지는 길도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염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에 두고두고 미련이

남을 만큼 아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


분명하게 느끼는 것들은 있다.


세상은 나를 순수예술인이 아닌 사업가로 성장시키고 싶어 한다.

세상은 나를 적당한 월급쟁이가 아닌 자본가로 성장시키고 싶어 한다.

세상은 나를 계속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려 한다.


'지금 네가 사는 그 세상이 전부가 아냐. 지금 네가 아는 지식이 전부가 아냐.

이런 것도 있어. 이런 것도 있어.

그러니 봐. 직접 경험해.'


그런 말을 계속해줬던 것 같다.






그래서 11년간 아빠가 희귀병으로 아프시다 돌아가신 시간들도,

엄마가 다단계에 빠져 얼마 되지 않은 가족의 자산 절반을 날리신 일도,

내 몸과 마음을 바쳐 열심히 배웠던 무용단, 무용학교, 요가원..

그 모든 곳들을 결국

가치충돌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도.


그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면 다 내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려고

타났다가 사라진 것 같다.



스페인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어떤 의미를 줄지 몰라도

뭘로 든 나타나고

늘 그래왔듯 사라질 것이다.


내 욕심으로 가는 건지,

정말 세상이 내게 주는 역할이 있어서 가는 건지

지금은 뭐가 뭔지 모른다.


하지만 남미에 갈 때도 그랬다.

아무런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떠났고, 살아냈고, 돌아와서

그 시간들을 잘 해석해서 나의 힘으로 삼았다.



이 길이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이 될지

계속 그 흐름 따라가게 될지 모른다.


남미에 갔을 땐 간절히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오게 됐다.

지금은 1년 뒤에 돌아와 내가 쌓아온 것들을 이어서 잘 쌓아가고 싶다.


하지만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세상만이 안다.



작은 나에 머물지 말고 자꾸 틀을 깨어 나아가보자.

‘난 이게 좋아. 난 이게 싫어.’

이런 집착과 거부의 틀에서 자꾸 벗어나보자.


삶이 내게 주는 선물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한국에서 남은 일과 인연에 대한 미련은

이 글로 마무리짓는다.

이제 스페인에 가서 살아야 하는 시간들을 준비하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