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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 춤추는에세이스트
Aug 10. 2023
다시 천만원, 이번엔 스페인에 베팅한다
스페인 워홀을 준비하는 내게 친구가 물었다.
"춤에는 1년간 스페인에 살아야하면,
얼마면 1년간 살다올 수 있겠어?"
난 대답했다.
"음.. 천만원?"
"그럼 아까 얘기했던 숏폼으로 수익화는
스페인에 간지 얼마안에 이루고 싶어?"
"물론 스페인 가기전에 3개월 정도 시간있으니까
그 안에도 수익화를 계속 시도하겠지만
안 되도 스페인에 가서 계속 할거고,
최대한 6개월안에 하고 싶어."
"야아 대단하다!
일이 안 구해져도 단돈 천만원 들고 가서 스페인에서 1년 생활하고,
6개월안에 숏폼 콘텐츠로 수익화를 하겠다고
베팅하는 거잖아!"
그 말이 인상깊었다.
그렇구나.
난 지금
단돈 천만원으로,
그냥 라틴문화가 좋아서,
연고 하나 없는 스페인으로,
콘텐츠 수익화를 하면서 워킹 홀리데이 생활을 하겠다고
인생을 베팅한거구나!
돌아보면.. 난 본투비 투자자일지도 모른다.
22살에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통장잔고는 40만원에
캐리어 하나 끌고
아르헨티나 탱고 배우겠다고
연고도 없이
고시원살이 하며
선생님을 찾았었다.
25살에는 알바 뛴 돈 1200만원을 모아서
20kg 배낭 하나 메고
흥이 넘치는 카니발의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겠다고
남미에 가서
연고도 없이
스페인어 한마디도 못 하면서
무용학교에 입학해
1년을 살았다.
왕복 비행기값 2백만원을 제외하면
정말 천만원으로 생활비에 무용학교 등록비까지
이것저것 다 내고도 1년을 버텨 생활한 셈이다.
그리고 지금 만 30살,
다시 삶을 베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 몸 근질거려
한국에 너무 오래 있었어."
대부분의 나라에선 만30세가 워킹홀리데이의 마지막 나이다.
고로 내년 2월19일이면
나는 두번다시 워홀비자를 받지 못한다.
왜 굳이 스페인이냐고?
나는 남미가 좋았다.
특히 스페인 라틴민족과 아프리카 민족들이
섞여 흥많고 정많은 그들이 참 좋다.
개인보단, 함께
예의범절보단, 선을 넘는 오지랖
조용함보단, 시끌벅적한
정많고 흥많은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들의 삶이
때론 진짜 못 견디게 짜증이 나다가도
그 사건사고가 재밌었다.
무플보단 악플,
지루할바에 불편하더라도
재미를 추구하는 게
내 인생이니까.
언제든
"나와! 놀자!" 라고 하면
나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놀고, 춤을 추고, 수영을 하고,
여행을 하고,
파티에 놀러가는 삶을 참 좋아한다.
이제 술을 마시고 가 제외되긴 했지만
그래서 남미가 정말 많이 그리웠다.
한국에 돌아와 4년 반동안 정말 열심히 잘 살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도 되고,
부동산 투자도 공부하고,
다양한 한국의 댄서들을 만나 수업을 들은 것도
다 정말 좋다.
이제 한국이 답답하거나 막 벗어나고 싶은 곳
잘못 태어난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은 어디든 있다.
좋은 공간도 어디든 있다.
내가 찾으려고만 하고, 친해지려고만 하면
정말 존경할만큼 좋은 사람들을 얼마든지
한국에서도 사귈 수 있다.
다만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한국에서 너무 친밀하게 함께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그들과 함께 하고 싶은 시간과 일들로 인해
나는 내가 꿈꾸는 삶을 살고 싶은데
누군가의 꿈에 소속되어 가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을 하면서
물론 무모하고, 고집스러울 수 있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욕망하고 하고싶은 일들을
더 도전하고 살고 싶다!'
는 생각의 끝에 다다랐다.
만 30세 막차가 떠나가려는 무렵,
가까스로 스페인에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난 이걸 원해! 이게 내 꿈이야! 라는 건
언제나 답이 아닐 수 있다.
언제든 깨질 수 있고,
막상 이루고 보니 별볼일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내가 남미에서 단순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만 품고 갔다가
정말 내가 기대했던 곳 이상으로
춤을 일상에서 즐기며 살아가는 나라가 있단 걸
확인하고 돌아왔듯이,
스페인에 대한 이 막연한,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그 열정의 실체를 마주하고 싶다.
늘 내 꿈은 이렇다.
여행하고, 춤추고, 그 두가지로 인해 돈이 벌려서
다시 그 돈으로 여행하고, 춤추는 삶
그 순환이 계속되는 삶
그 속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다 잘 맞는 사람과 결혼도 해서
같이 여행다니며 춤추면 더 좋고 ㅋㅋ
내가 SNS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
열심히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는 이유
다 그 것이다.
이번 스페인 워킹 홀리데이를
그 꿈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삼아보고 싶다.
(그 전에 한국에서 실험을 더 해야할텐데)
이러다 비자면접 떨어지면 정말 민망하겠군
결정하고 보니
스페인에 가게 될 날이 너무 기다려진다.
난 여전히 보이지 않는 영역에 나를 베팅하고,
예상할 수 없기에
예상한 게 늘 다 틀려버리기에
겪을 수 있는 그 혼돈과 놀라움들을
환대해야지.
무모하지만 무해한 인간, 춤에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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