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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천만원, 이번엔 스페인에 베팅한다

스페인 워홀을 준비하는 내게 친구가 물었다.

"춤에는 1년간 스페인에 살아야하면,

얼마면 1년간 살다올 수 있겠어?"

난 대답했다.

"음.. 천만원?"


"그럼 아까 얘기했던 숏폼으로 수익화는

스페인에 간지 얼마안에 이루고 싶어?"

"물론 스페인 가기전에 3개월 정도 시간있으니까

그 안에도 수익화를 계속 시도하겠지만

안 되도 스페인에 가서 계속 할거고,

최대한 6개월안에 하고 싶어."


"야아 대단하다!

일이 안 구해져도 단돈 천만원 들고 가서 스페인에서 1년 생활하고,

6개월안에 숏폼 콘텐츠로 수익화를 하겠다고

베팅하는 거잖아!"


그 말이 인상깊었다.

그렇구나.

난 지금

단돈 천만원으로,

그냥 라틴문화가 좋아서,

연고 하나 없는 스페인으로,

콘텐츠 수익화를 하면서 워킹 홀리데이 생활을 하겠다고

인생을 베팅한거구나!


돌아보면.. 난 본투비 투자자일지도 모른다.




22살에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통장잔고는 40만원에

캐리어 하나 끌고

아르헨티나 탱고 배우겠다고

연고도 없이

고시원살이 하며

선생님을 찾았었다.


25살에는 알바 뛴 돈 1200만원을 모아서

20kg 배낭 하나 메고

흥이 넘치는 카니발의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겠다고

남미에 가서

연고도 없이

스페인어 한마디도 못 하면서

무용학교에 입학해

1년을 살았다.

왕복 비행기값 2백만원을 제외하면

정말 천만원으로 생활비에 무용학교 등록비까지

이것저것 다 내고도 1년을 버텨 생활한 셈이다.


그리고 지금 만 30살,

다시 삶을 베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 몸 근질거려

한국에 너무 오래 있었어."


대부분의 나라에선 만30세가 워킹홀리데이의 마지막 나이다.

고로 내년 2월19일이면

나는 두번다시 워홀비자를 받지 못한다.


왜 굳이 스페인이냐고?

나는 남미가 좋았다.

특히 스페인 라틴민족과 아프리카 민족들이

섞여 흥많고 정많은 그들이 참 좋다.


개인보단, 함께

예의범절보단, 선을 넘는 오지랖

조용함보단, 시끌벅적한


정많고 흥많은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들의 삶이

때론 진짜 못 견디게 짜증이 나다가도

그 사건사고가 재밌었다.


무플보단 악플,

지루할바에 불편하더라도

재미를 추구하는 게

내 인생이니까.


언제든

"나와! 놀자!" 라고 하면

나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놀고, 춤을 추고, 수영을 하고,

여행을 하고,

파티에 놀러가는 삶을 참 좋아한다.

이제 술을 마시고 가 제외되긴 했지만

그래서 남미가 정말 많이 그리웠다.

한국에 돌아와 4년 반동안 정말 열심히 잘 살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도 되고,

부동산 투자도 공부하고,

다양한 한국의 댄서들을 만나 수업을 들은 것도

다 정말 좋다.


이제 한국이 답답하거나 막 벗어나고 싶은 곳

잘못 태어난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은 어디든 있다.

좋은 공간도 어디든 있다.

내가 찾으려고만 하고, 친해지려고만 하면

정말 존경할만큼 좋은 사람들을 얼마든지

한국에서도 사귈 수 있다.




다만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한국에서 너무 친밀하게 함께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그들과 함께 하고 싶은 시간과 일들로 인해

나는 내가 꿈꾸는 삶을 살고 싶은데
누군가의 꿈에 소속되어 가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을 하면서

물론 무모하고, 고집스러울 수 있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욕망하고 하고싶은 일들을

더 도전하고 살고 싶다!'

는 생각의 끝에 다다랐다.

만 30세 막차가 떠나가려는 무렵,

가까스로 스페인에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난 이걸 원해! 이게 내 꿈이야! 라는 건

언제나 답이 아닐 수 있다.

언제든 깨질 수 있고,

막상 이루고 보니 별볼일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내가 남미에서 단순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만 품고 갔다가

정말 내가 기대했던 곳 이상으로

춤을 일상에서 즐기며 살아가는 나라가 있단 걸

확인하고 돌아왔듯이,

스페인에 대한 이 막연한,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그 열정의 실체를 마주하고 싶다.




늘 내 꿈은 이렇다.

여행하고, 춤추고, 그 두가지로 인해 돈이 벌려서

다시 그 돈으로 여행하고, 춤추는 삶

그 순환이 계속되는 삶

그 속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다 잘 맞는 사람과 결혼도 해서

같이 여행다니며 춤추면 더 좋고 ㅋㅋ


내가 SNS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

열심히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는 이유

다 그 것이다.


이번 스페인 워킹 홀리데이를

그 꿈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삼아보고 싶다.

(그 전에 한국에서 실험을 더 해야할텐데)




이러다 비자면접 떨어지면 정말 민망하겠군

결정하고 보니

스페인에 가게 될 날이 너무 기다려진다.

난 여전히 보이지 않는 영역에 나를 베팅하고,

예상할 수 없기에

예상한 게 늘 다 틀려버리기에

겪을 수 있는 그 혼돈과 놀라움들을

환대해야지.



무모하지만 무해한 인간, 춤에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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