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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계획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냐

스페인 도착 21일차

어차피 계획대로 안 될 줄 알았기에

ENFP인 내가 정말 마음의 안도감

살짝 들 정도의 최소한의 계획만 세웠음에도,

어떻게 이렇게

계획대로 미리 알아본 대로 되는게

하.나.도.없.냐..


현장에 강하고 위기에 강한

나도 지금 상당히 당황스럽고

난처함을 느낄 때가 많다.




맨날 영어,스페인어 이력서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아직도 이런저런 핑계로 못 쓰고 있다.

그러다 아직 신청기간이 한참 남았을거라 생각했던

취업하고 싶던 일자리가 날아갔다.

유튜브에 예니월드라는 분이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잡으로 강추한다는 말을 듣고

TUI라는 호텔 프랜차이즈에 엔터테인먼트 강사로

일해보고 싶었는데..

숙식제공 다 해주니

월급 받으면 엄청 많이 모아서

여름 시즌잡이라 끝나면 재밌게 여유롭게

여행다니겠구나 계획했는데..


내가 원했던 일자리 지원 페이지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사라져버렸다.



도착한 바르셀로나 큰 기대를 했지만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독감으로 있는 내내 고생만 했다.

다시 지로나 시골동네 친구집에 와서

필요한 서류처리하고,

이력서 작성해서 원하는 곳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일자리가 사라졌다.




바르셀로나 한식 레스토랑에

원래 가취업이 됐었는데 엎어지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근처에

머물려고 했던 숙소가 있었는데

그 방도 엎어지고,

바르셀로나에 산다는 아프로 댄서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미국에 출강을 가서

바르셀로나에 있지도 않고..


생각보다 별로 춤을 배우러 다시

다니고 싶지가 않아서 요즘은

그냥 춤을 쉬고 있고,

또다른 일자리 구하기 위한

스페인 시민증 발급 및

사회보험 서류처리들이 생각만큼

쉽게 되어지지 않고,

예상치 못한 독감에

컨디션 난조로 열흘이 날아가고,

카나리 제도에 빨리 가려고 했는데

또또또 처리해야할 서류들로

발목이 붙잡히고,

취업해보고 싶었던 일자리는

신청기간을 놓쳐 날아가고,


이렇게 모든, 정말 모든 계획들이

하나도, 단 하나도!!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 다시 가게되긴 할까?

얼마나 머물기나 할까?

다른 어느 도시에 가야할까?

이 애매한 3주의 기간동안 머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어쨌든 이 시골동네에만 3주내내 있고 싶진 않은데..


카탈루냐 지방을 더 돌아볼까 아님

조금이라도 이 겨울을 따듯한 곳에서 보내기 위해

발렌시아나 다른 바닷가 남쪽으로 갈까

여전히 미정이다..


매일 이 고민을 하느라

괜한 스트레스와

어설프게 붕뜬 상태로 매일 살고 있다.


원래 여행이란 그런거고,

해외에 나와있다보니 남미살이했을때

내가 어땠더라?

새삼 6년전에 나를 많이 떠올려본다.

콜롬비아에 있을때 생각하면

정말 정이 들고 좋아진건 최소 6개월이 지나서

진짜 재밌고 완전 즐겁게 지냈던건 마지막 3개월

정도였다.


그 시기가 되기까지 첫 6개월은 언어 소통문제와

문화차이 등으로 정말 많이 고생했고,

외로웠고, 정이 들지 않았다.

그때도 맨날 떠날 궁리만 했었다.

계속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를 알아보고

새로운 옵션을 계속 생각하며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6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똑같을까..

매번 하나에 집중하지 못 하고

금방 싫증내고 계속 다른 걸 생각하는

이런 내가 너무 피곤하고

부산스럽고 싫을 때도 많은데...

나는 매번 생각회로가 그렇게 돌아간다.

런 나를 어떻게 대해야할까?


여행을 떠나오면 더 많이 정리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엉망진창이다.

더더더 적나라하게 내가 보기 싫었던

내 모습들이 드러나고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이 많이 기다릴텐데..

인스타에 더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못 올리겠는 이유는

뭔가 멋지고 뭔가 있어보이는

해외 풍경, 행복해하는 내모습을

대할 것 같아서.

아니, 방황을 하더라도

그 방황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솔직함으로 그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더라도 뭔가  잘 정리된

솔직함, 잘 정리된 방황이어야 하는데

정리가 되지 않은 내 상태를

잘 정리해서 콘텐츠로 만들려니

부담스러워

어떻게 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스페인에 있는 1년간..

계속 콘텐츠 고민하고

만들기도 많이 만들고

올리고 싶은데..


자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뭔가 있어보이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수록

더더욱 올리지 못 하고 있다.


이것도 정말 인정하기 싫은데

정말 적나라하게 늘 눈치보고 귀얇게

사람들의 피드백에 흔들리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거다.


여행은 나의 민낯을 너무 드러낸다.

보기싫지만 어쩌겠나..

매번 반복해온 내 모습인걸.

방황이 필요한 시기니까 떠나왔겠지..

마주보고

명확하게 보고

섵불리 판단하지 말고

그냥 경험해보자

그 무엇도 계획대로 되는게 없지만

중요한건 하루하루 딱히 나쁠거 하나없이

퍽 재밌고 새롭다는 것이다.


혼자있으면 있는대로 다양한 감수성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어 좋고,

친구들과 함께일때는

새로운 질문들을 많이 받으며

나에 대해 대답하며

내가 왜 스페인에 왔는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더 많이

고민하게 되서 좋다.


오늘 바다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 무수히 수놓아진 별과 반달을 보며

어두운 밤길을 유모차를 끌고

친구와 걸으며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6년전에 콜롬비아에서 만났던 어린 친구,

어느사 애기엄마가 되어 유모차를 끌며

함께 얘기를 나눈다니..

쏟아지는 별빛

평화롭고 시원한 시골의 밤공기를

마시며 돌아오는 길에

언제부터 스페인에 오고 싶었고

어떻게 오게 됐는지 얘길하다보니

내가 왜 왔었는지 한동안 적응하고 욕심내느라

정신이 없어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오게 된 계기를 설명하다보니

더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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