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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한국만 떠나오면 이렇게 관심과 사랑을 받을까?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84일째

스페인에 산다는 건

그리고 스페인어를 잘 한다는 건

어디서든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3일동안 컨센션 센터에서 바이오학회

웨이트리스로 일했다.

첫째날 - 12시간

둘째날 - 14시간

마지막날 - 11시간


3일동안 20분 밥먹는 시간 제외하곤

한 시도 앉지 못하고 일하느라 다리는 부서지게 힘들었지만

마음은 정말 흡족한 시간이었다.

왜 나는 이토록 흡족하고 재밌었는가?


 3일간 만난 이들과 친해지는 건

오늘 만난 사람도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 대하는

나의 성격에 친해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100명이 넘는 직원들 속에서

유일하게 아시아인인 나는

100명이 똑같아 보이는 스페인사람, 라틴사람들 속에서

눈에 띄는 한명의 이국적인 직원이었다.


다른 직원들과 상사들 사이에서

내가 늘 입에 오르내리면서

늘 내 곁에 오면 말 한마디라도 더 걸어보고

질문해보고 싶은 이들이 많았고,

심지어 학회에 참석한 기업의 직원들도

내게 먼저 말을 걸고

기회닿으면 밥 한번 먹자며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곤 했다.


12시간 넘게 서있어야하는 일은

몸이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한국과 너무 다른 근무환경에

정신적 스트레스 하나없이 정말 편했다.


고된 노동을 하는 속에서

상사와 직원들 사이에 군대문화같은 수직적인 분위기가 없고

늘 농담을 건네며 웃고 짬짬히 잡담을 하며

노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심지어 자꾸 나한테만 가르쳐준답시고

그닥 서둘러도 되지 않은 일을 자꾸 빨리 하라고

시키길래 대놓고 투덜댔더니 그뒤론

안 시키고 자기가 했다. ㅋㅋㅋ


나한테 살사를 출 줄 아냐고 묻는 말에

그렇다고 했더니 춰보라고 해서

컨벤션 행사 중간에 딱 자리잡은

음료 서비스 바 뒤에서 잠시 살사스텝을 밟으며 놀기도 했다.

"왜 나한테만 추래? 너도 춰봐" 했더니

CCTV  있어서 안된다고 내게 약을 올렸다.


한국에 있을땐 나의 이 톡톡 튀는 성격이 그렇게

매력적이라 느껴지기보단

오히려 오해를 많이 사고

말과 태도를 좀 조심하란 소리를 들을 만큼

중성적이다느니,

 조신하지 못하다느니,

세련된 매력이 없단 소리를 들었다.


내 매력을 발견해주지 못하는 사회분위기 속에

적응하고 눈치보며 늘 숨죽이고

맞추며 살기 바빴다.

그런것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정말 나답게 살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실행하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단

나이지 않기위해 쓰는 긴장과 눈치봄에

하루치 에너지의 70%는 쓰고 살았던 것 같다.


프리랜서 1인 사업가,

하고싶은 춤을 추는 댄서의 삶도 이런데..


22살 혼자 상경해서 고시원생활하며

생활비 벌려고 특급호텔 연회장에서 일일알바 하던 생각이 났다.

해야하는 일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는데

분위기가 정말 천지차이였다.

늘 쌍욕과 윽박지름이 오갔고

알바비는 어떻게든 덜 주고

일은 어떻게든 더 시키려고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잠시라도

한눈 팔거나 행동이 느린 꼴을 보였다간

당장 집에 가란 말을 들을까봐

살얼음판 갔던 시간들..


진짜 더이상 갈데없는 인간 노동의 막장들만

여기 직원으로 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분명 비슷한 일을 하는데

나에게 아무도 서두르란 말도 하지 않았고,

모르면 물어보라고 괜찮다고

천천히 하라고.

실수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고,

심지어 첫날에 길을 잃어 지각을 해도

괜찮아 그럴 수 있지 하며 아무말 없이 넘어갔다.

한국에서 특급호텔 알바하며

받았던 긴장과 눈치봄 수직적 분위기 속

억눌려진 것들이 이 곳에서

한 사람 한사람의 말에 위로받았다.


분명 스페인어가 유창하진 않기에

이해 못 한 순간들도 많았는데

어떻게 너처럼 완전히 다른 환경, 다른 언어에서 온 애가

그렇게 빨리 스페인어를 하냐고

대단하다고 인정해주고

배려해줬다.


스페인에 오니 정말 노동환경이 많이 다르단걸

몸소 체험하게 된다.


그저 가끔

한국인의 시선으로 보면 좀..

아니 국민GDP 15위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의

시민들이 이정도 생각밖에 안 하고 사나?

싶을 정도로 너무 단순하고, 촌스럽고, 무식하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만큼 스페인 사람들은 생각이 복잡하지도

겉과 속이 다르지도,

남의 눈치를 보느라 자기 말을 못하지도 않는다.

지 기분이 고스란히 태도가 된다.

자기 감정과 생각이 앞서는 대로 그냥 말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자신이 단순노동을 하며 사는 직원이란 것에

열등감을 느끼지도, 자존감이 낮지도 않다.

그저 똑같이 돈벌기 위해 일한 시간일 뿐이고

한달 번 돈을 마시고 싶은 술 마시고

다니고 싶은 여행 다니며 재밌게 산다.


내 눈에 가끔 너무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어보일 뿐이지

아무도 불행해보이거나

아무도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해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한국에서 매일같이 듣고 원하든 원치않든 매일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비교의식.

열등감이란 단어를 나는 단 한순간도 여기서 느껴본 적이 없다.


물론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친구를 깊이 사귀게 되면 다 그들 각자만의 걱정거리나

열등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선 댄서라고 말하고 다니기

명함도 못 내밀게 늘 나보다 잘 추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면

이 곳에서는

그냥 내가 댄서라 하고 다니고 실제 내 춤을

보고 내 춤을 배우는 이들도

" 정말 춤을 잘 추고, 너만의 스타일이 있어"라고 말한다.

남과 비교해서 니가 못 춘다고 하지 말고

니가 사는 너의 세상에선 니가 최고의 댄서야.

그게 다야! 더이상의 너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지마.

라고 말한다.


이 곳에서 겸손은 미덕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듯 하다.


내 눈에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것 같은 이들이

너무 자신의 능력을 과장해서 늘

자기는 할 수 있다, 자기는 잘한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한국인은 똑똑한데 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하고 쪼그라들어 산다면

스페인 사람들은 딱히 똑똑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어깨펴고 웃으며 산다.


난 어느 한 곳에도 치우치지 않고

필요한 것들은 배우고

지나친 것들은 덜어내며

살아야겠다고 매일 생각한다.


내가 한국에서 배워온 의지, 노력, 성장, 성취력

스페인에서 배우는 희희낙락, 자신감, 개성

이 것들을 적절히 섞어서

게으른 이들중에선 제일 부지런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들 중에선 제일 게으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


언어에 빨리 적응하고,

오직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살다보니

겪게 되는 나를 향해 쏟아지는

이 수많은 관심과 질문이 좋다.

난 이렇게 관심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참!


그게 일시적인 것이든,

지속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나는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무대위가 좋고,

사람들이 날 바라보고

나의 관심을 끌려고 먼저 말을 걸어오는게 좋다.


모든것이 그냥 내가 들이는 노력에 비해

너무 편안하게 얻어진다.

한국에선 모든게 하나하나 너무 복잡하고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그에 비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피 땀 눈물 만이 아니라 끝이 없는 인내까지 늘 동반됐었는데..


스페인에선 왜 이토록 모든 것이 쉬운가?

콜롬비아에서도, 스페인에서도

이토록 한국만 벗어나면 많은 사랑을 받는가?


지능적이게도 어딜가도 쉽게 아시아인을 볼 수있는

환경이 아니라,

아시아인을 쉽게 볼 수 없는 환경을 찾아왔다.

그 환경속 사람들이

새로운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표현이 스스럼없는 문화권이다.

나는 그 속에 나를 떨궈뒀다.


그래서

현지 언어에 적응시키기

외롭고 힘든 시간보다

이방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이 훨씬 크다.


나는 이 환경을 즐기고 이용한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애쓰지 않고도

너무 편하게 끌어올리고

너무 쉽게 유지시킨다.


진심으로 이 사람들을 대하고,

매일 얼굴을 마주보며 웃는다.


원래도 웃음이 많았지만

억지로 웃어야하는 서비스 마인드속에 단련된 웃음과

눈치와 성공해야한다는 압박감속에 진짜 웃음을 숨겨뒀다가

그렇게까지 나를 압박해오지 않는 편안한 환경속에

편하게 파하하 피식피식

쉽게도 웃게 된다.


서양인들이 눈꼬리가 길게 빠지는 내 눈웃음을

너무 예뻐한다는 것도 안다.

자기들은 가질 수 없는데

어떻게 눈꼬리가 저렇게 길어지지?신기해한다.


그래서 더 실컷 입꼬리와 눈꼬리를 한껏 빼고 웃는다.

원래도 아빠를 닮아 웃으면 눈꼬리가 길어지고,

웃으면 입이 하트모양이 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가진게 있으면 많이 활용해야지

실컷 활용해서

원하는 관심과 사랑받고 즐겨야지!


그런 쉽고 단순한 사고방식은

나를 너무 편안하게 한다.

삶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한다.

그 가벼움속에 나는 더많은 행복을 느끼고,

미래에 대한 걱정보단

설렘과 궁금증으로 더 다양한 가능성과 새로움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스스로

이뤄내고자 한다면야 언제든 이뤄내면 되지

그 결과에 목숨걸고 메달려봤자

그 꿈또한 나타난 현상일 뿐

결국엔 사라질 것이란 것도 안다.


이미 원했던 많은 꿈을 이뤄봤다.

20대 때에 이루고자 했던건

다 이뤄본 것 같다.

백만장자가 되는 걸 제외하곤.


돈은 돈을 버는 방식이 있고,

그 방식을 따라하기엔

내 고집과 개성이 너무 강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

그 흔하고 확실한 공식을 쓰는 대신

자꾸 새로움을 추구하고 더 시도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걸 알았으니

30대의 시작도 참 괜찮은 것 같다.


왜 한국에 살땐 돈에 그토록 집착했지?

싶을 정도로 이 곳에서

그저 집세와 식비를 낼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어 생활하며 이 이상 나는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행복을 느끼고 그 이하에 돈으론

불안과 불행을 느끼는지 0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나를 살피며 배워가는 중인 것 같다.


그토록 부자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어쩌면 나는 정말 부자가 되고 싶었던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결핍을 전부 돈의 탓으로 돌렸던 것 같다.

그게 가장 쉬우니까.

내가 느낀 한국 사회는 어떻게든

흙수저로 태어났으면 자수성가 해야지.

안 하면 그저 똑같은 변변치 않은

인생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연히 더 많은 돈과 인기를 누리고 싶지만

그게 어느정도 선에서 나는 만족이 되고

그 이상은 불행해하는지

한번 섬세히 살펴볼 일이다.


유럽에 오니 돈이 아니어도 나를 흡족하게 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꼭 많은 돈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걸 체험하게 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섬세하고

귀중한 경험들을 한국에서도 많이 했었다.

그걸 간과하고 지내온 것 같다.


정말 돈이 언젠가 내 삶의 1순위가 되는 날이 올까?

지금까지 1순위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란걸 알게 된 순간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오는걸 주저하지 않았다.

정말 돈이 중요해지면

돈버는게 필히 즐거워질 것 같다.

아직 나는 그닥인 것 같다.

무조건 파이어족인줄 알았는데

뭐 부자되기 프로젝트는 40살즘 되서 천천히 생각해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불과 4달전 한국에 있었을때까지

절대 하지 않았을 이 여유로운 생각들이

참 좋다.


그 돈 벌어서 정말 어디에 써야 행복한지,

이 세상 어떤 곳에 정말 나란 사람이 필요한지

부자가 되면 돈을 정말 잘 써야할 역할이 있을텐데,

난 아직 자기이해 경험자체가 부족한 것 같다.

여전히 경험이 고프다.


뭐든 다 겪어보자.

내가 원한다고 여기는 것,

좋아하는 것,

정말 즐겁다고 여겨지는 것들 다

빠짐없이 겪어보자.

잠깐은 귀찮아도 결국 하고나면

너무 잘했어! 역시 너무 행복해! 라고 생각되는

그 환경속에, 춤 속에

나를 늘 놓아두는 걸 잊지 말자.


그럼 어련히 미래는 따라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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