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첫 글을 올린 지도 넉 달이 조금 넘은 신진 작가입니다. 브런치스토리의 시간은 그동안 눈여겨보았던 시간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작가의 삶 이전을 되돌아보면, 저는 주부로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된 업무이자 행복이라 여겼습니다. 가족들을 돌보며 잘 지내는 것이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흘러 엄마의 역할을 잘하려고 애쓰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나를 더 아래로 묻을수록, 아무도 찾지 않는 곳으로 깊이 내려놓고 버린다면, 더 행복할 거라고 여겼습니다. 돌이켜보면 평온하고 평화로웠던 날은 저의 침묵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삶이었습니다.
순수한 시절에 꿈꿨던 글쓰기와 예술과 문화를 좋아하던 저는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책 읽기는 마치 사치처럼 느껴졌고, 그것을 향유하고 누리는 것은 언감생심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고이 서랍 속에 간직하며, 생각날 때면 오래된 사진을 꺼내보는 것처럼 만족하였습니다.
가족들이 잠들던 밤, 주방 싱크대 구석에 숨어 숨죽여 울던 날이 있었습니다.
전자레인지 문에 비치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소리 내지 못해 우는, 엄마와 아빠를 찾는 아이처럼 끅끅 거리며 울음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억눌렀던 마음을 토해내며 휴대폰에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하루만 쓰고 끝날 거 같았던 행위가 점점 쌓여갔고, 그것은 작은 소망이 담긴 끄적임으로 남았습니다.
밤새 끄적이며 썼던 글을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후련해졌습니다.
글들이 살아나 스스로를 치유해 가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고 만들어 내는 이 공간은 먼 나라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건 오래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저는 조심스럽고 수줍은, 가족들이 잠든 사이에 글을 써내려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과연 내 안의 목소리를 글이 대신해 줄 수 있을까?'
'평범한 나의 글을 누군가가 읽어 줄까?'
'나는 0부터 시작하는 사람인데...'
하지만 저의 필명 '소극적인숙'과는 어울리지 않게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 한성희 저자의 책을 읽고 난 후, 어떠한 용기에 힘입어 신청하였습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자체만으로도 성공이라며 저는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작가로 승인이 나기까지, 저는 매일매일 달라진 하루를 경험합니다.
글을 쓰는 순간에 조금씩 용기를 얻어 나가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복잡함 속에서 제 안의 목소리가 글로 전달된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세상에서 따뜻하게 내어주는 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이제 브런치를 통해 꿈을 꾸며 나아가고, 오랜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나의 신은 어디에>는 브런치가 저에게 첫 독자를 만나게 해 준 책입니다.
제 글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많이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작가로서의 이 길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책입니다.
담담하면서도 자전적인 기록이자 세상을 최대한 견디는 방법을 찾고 고백한 책이기도 합니다.
사랑니를 마침내 걷어내고 뺀 것처럼 때로는 아프고 속이 시원하기도 합니다.
제 내면과 가장 가까운 책이고 제게는 애틋하고 특별한 첫 책입니다.
이름과 삶을 되돌아보며 존재의 의미를 묻고, 다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적었습니다.
두 번째 연재하는 <45년, 첫사랑의 기다림>은 제 과거의 기억과 상상을 써내려 간 소설입니다.
단순히 개인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세대 간의 갈등과 시간이 만들어낸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먼저 떠올린 사람은 저의 부모님이었습니다.
두 분 중 한 분이 홀로 남겨지신 삶을 바라보았을 때,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가느냐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것은 먼 훗날 나의 삶과도 연결되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사랑을 꿈꾸며 되돌리고 싶은지에 대한 선택과 결과를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상상 속의 이야기이지만 제가 노인이 되었을 때의 삶을 미리 바라보고 싶었고, 부모님의 세대를 마음으로 끌어가기 위한 도전이었습니다.
세 번째 <나는 P소방관의 아내입니다>는 한 사람의 아내로서, 동시에 한 소방관의 삶을 곁에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글을 썼습니다.
남편은 직업적으로 수많은 재난, 재해, 긴급한 상황을 견뎌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소방관은 사회적으로 국민을 지켜야 하는 책임과 기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방관 이전에 그는 제 남편이자, 가정의 아버지이며 배우자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 가정이 기대하는 역할이 어긋나기도 하고 잘 맞아떨어지기도 합니다. 이 직업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과 속내를 풀어내고 싶었고 그 사이의 간극과 일상을 기록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만의 글이 아니라, 전국의 소방관을 둔 배우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그들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제 글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견뎌낼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작은 위로가 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제 글이 한 권의 종이책으로 완성되길 바랍니다. 저처럼 '작가라 불리기 시작한 순간'이 오기까지, 또 다른 누군가의 용기로 이어지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큰 꿈은, 제가 쓴 에세이와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또 다른 예술로 확장되기를 소망합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췄던 소극적인 사람이 문장 위에서 춤을 출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작가로서 오래도록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