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아 말아?

이 질문의 끝을 보려 해

by 춤추는 목각인형

"그래서, 우리 애 낳을까 말까?"


올해는 정말로 이 질문에 답을 내리기로 했다. 함께 한지 10년 결혼한 지 햇수로 5년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결정하지 못했다. 이러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채로 또 시간만 흐를 테니 올해는 고민의 실체를 분명히 하기로 했다. 왜 우리는 애를 낳기를 여전히 망설이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속 시원히 딩크족임을 선언하지 못하는지 말이다.


'애 낳을 결심'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생명을 책임 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내 한 몸 챙기는 것만으로도 힘든 이 세상에서 누군가의 삶을 돌볼 자신이 없다. 애는 알아서들 큰다고 하지만 어찌 됐든 한 동안의 희생은 불가피하지 않는가. 이기적인 내가, 체력도 약한 내가, 예민한 내가(!!)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까? 역시 자신이 없다.


살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라구..


두 번째 이유. 지금의 행복은 확실한데, 애를 낳고 난 뒤 내 삶이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 그 불확실성 앞에 갈팡질팡한다. '결혼 바이럴 커플'로 불릴 만큼 둘이 너무 잘 살고 있고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다. 둘 이어서, 둘이라서, 둘 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선택지가 충분히 많은데 무엇을 위해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지. 지금의 확실한 행복이 주는 달콤함을 포기하기란 영 쉽지가 않다.


이번 달 오빠랑 갔던 청음카페. 음악과 대화에 집중한 주말이었다.


세 번째.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 같이 사는 사람이 질투할 만큼 혼자서 너무 잘 논다. 맛집, 편집샵, 전시회, 카페, 술집 등 가고 싶은 곳에 혼자 갈 수 있고 그곳에서 혼자 잘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애가 있으면 지금까지 내가 당연하게 누렸던 그런 순간들은 사치가 될 것 같다. 누군가의 희생과 또 다른 누군가의 배려로 몇 번 정도는 가능하겠지. 고맙지만 어딘가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게 뻔한다.


혼자 성산동 놀러 간 날. HED의 제철 샌드위치&책방밀물에서의 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리어'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잘 쌓아온 내 커리어에 단절이 생긴다. 내가 일하는 광고/마케팅 업계는 아무래도 빡세다. 잦은 야근에 퇴근 시간은 일정치 않고 업무 강도도 높다. 그래서 지금도 집에 오면 씻고 뻗기 일쑤다.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이고 여전히 더 잘하고 싶은 나인데. 출산 이후의 경력 단절과 이후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상상하면 생각만 해도 안타깝고 벅차다.


올 해 첫 번째 경쟁 피티가 끝난 날, 집에서. 그 다음 주에 승전보 울렸다.


누군가는 이걸 읽으면서, 이 정도면 그냥 안 낳는 게 맞지 않냐 생각할 수 있다. 근데 내가 쓴 이 모든 이유들에 반문할 수 있을 만큼 쓰는 동안에도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쓰면서 느꼈다. 여전히 나는 '애를 낳는다: 안 낳는다 = 5:5'라는 걸. 다음 글에서는 '애가 있어도... 우리 괜찮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