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나아간 우리

그치만 여전히 고민하는 나

by 춤추는 목각인형

애를 낳는 게 좋을지 말지 오래 고민하던 우리는,

아예 시도조차 해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이야 애가 없어서 둘이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며 살 수 있어 좋지만,
나중에 나이 들면 좀 외로울 것 같다는 게 시도라도 해 보자고 결심하게 된 이유다.

오빠는, 높은 확률로 자기가 먼저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데,

나를 혼자 두고 갈 자신이 없으니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도 말한다.


둘 중 하나만 남을 걸 생각하면 나도 무섭다.
하지만 나중에 외롭지 않기 위해, 나중에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애를 낳는다는 건
좀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늙었을 때 내 애가 내 옆에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아냐고.

지금의 행복은 확실한데, 애가 생긴 뒤의 삶이 행복할지는 장담할 수 없어서 여전히 머리가 좀 아프다.


그리고 내 커리어에 단절이 생긴다는 건 여전히 제일 큰 걸림돌이다.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회사에서, 더 능력 있는 사람들과 더 재미있게 일해 보고 싶은데

애가 생기면 내 커리어가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빼앗는 것 같아서 그게 마음에 걸린다.

'올해 말부터 애를 가지려고 시도한다면, 그전에 이직을 해야 하나?'

'이직에 성공한다고 해도 새로운 곳에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텐데'
'애 가진 몸으로 그게 가능할까?'
'팀과 회사에 민폐는 아닐까?'

'그렇다고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은 것도 아닌데…'

이런 고민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나만 생각하면 안 낳는 게 맞다.
그렇지만 우리를 생각하면 낳는 게 맞다.

내가 행복해야 우리가 행복하고,
우리가 행복해야 애도 행복하다.


셋이어도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여전히 한 발짝 나아가고, 한 발짝 뒷걸음치는 것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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