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 검사를 받았다

결혼하고 5년 만에.

by 춤추는 목각인형

일단 산전검사라도 받아보자고 했다. 보통 산전검사는 결혼하기 전에 받던데 우린 결혼한 지 5년이나 넘어서 받았다. 애를 낳을지 말지 결정하기에 앞서 지금 우리의 몸 상태를 아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산전 검사는 E-보건소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간단한 신청 절차를 거치면 검사 의뢰서가 발급된다. 검사 신청일로부터 3개월 안에 검사를 받는 조건이다. 길게 끌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바로 예약하고, 그 다음 주에 오빠랑 같이 병원에 다녀왔다.


신청 프로세스. 산점 검사비는 국가가 지원해 줘서 90% 이상 환급받는다.


검사는 간단했다. 만 35세가 넘으면 호르몬 검사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는지라, 시간이 좀 걸리겠구나 싶었었는데, 호르몬 검사는 임신 시도를 3개월 이상 했는데도 안되면 받는 검사라 하더라. 내 나이가 적지 않다는 걸 한 번 더 실감할 뻔했는데 덕분에 맘이 한결 가벼워졌다.


정확한 결과를 받아 보기까지 1주일이 걸렸다.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은 검사를 받으러 갈 때보다 더 긴장이 됐다. 혹여라도 임신이 어렵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떡하지 싶었다. 애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던 시간들이 사실은 고민할 필요가 아예 없던 것임을, 애초에 우리한테는 선택지조차 없었음을, 그래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굉장한 오만이었음을 깨닫게 될까 봐 두려웠다.


오빠한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 오빠는 답했다. "우리 둘이 재밌게 살면 되지"라고 말해주는 그의 말에 나는 끄덕였다. '그치, 우리 둘이 지금처럼 재밌게 지내면 되지'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대기실에서 우리 둘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진료실 앞에 의사 선생님을 마주 보고 앉았다. 의사 선생님이 입을 떼기 전까지의 그 잠깐의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다. 결과는? 걱정한 게 무색하리만큼 둘 다 매우 건강하다! 안심했다. 오빠도 나도 나이게 비해 모든 수치가 안정적으로 나왔다. 지금으로서는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고, 임신 시도를 해보고 안되면 그때 다른 검사를 추가로 받아보면 된다 하셨다.


'임신이 어렵겠다'는 말을 들을 까봐 걱정하고, '임신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안심하는 나. 이럴 때 보면 나는 애를 낳고 싶다는 맘이 더 큰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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