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잠재적 이혼 예정자

당신과 나의 고통

by 흔들리는 민들레




네가 예민해서 그래.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을까? 남편은 내가 감정을 이야기하면 "그건 문제가 아니야, 네가 예민해서 그래." "우리 엄마는 더 힘들게 살아."라고 했다.

나는 내 감정을 지속적으로 거부당하며 무기력에 빠지게 되었다. 남편은 원가족에서 들어온 방식대로 지금을 살아가고 있었다. 시어머니를 통해 나는 나의 미래를 보았고 그래서 이혼을 요구했다. 아직까지는 이혼을 하지 않았지만 항상 언제 이혼할지 모르는 이혼 예정자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종종 시댁을 가면 나는 외부인으로서 그들의 방식을 관찰하게 되는데 시아버지 시어머니 형님 내외까지 모두가 다 자기감정을 꺼내놓기만 하거나 서로에게 던진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아니 아까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감정은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표현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본능이므로 어떻게든 흘러나오게 되어있다. 나는 그분들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다 느끼고 지켜본다. (총성 없는 투사의 전쟁터이다.) 그리고 그분들의 버려진 감정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알고 있다.











시부모님의 방식


시부모님은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감정을 표현하신다. 자기 안에서 감정이 일어나고 또 자기 안에 욕구가 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서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은 문제가 아닌 일에 문제를 삼는다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한 사람은 자기를 무시한다며 상대방을 비난하는 방식을 사용하서.


나는 시아버님이 "아무 문제도 아니야~"라고 말씀하실 때 " 당신의 감정을 어떻게 들어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당황스러워."라고 들린다. 시어머니가 "그게 왜 문제가 아니야!"라고 말씀하실 때 " 당신이 내 감정과 생각에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고 존중해 줬으면 좋겠어. 그러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슬퍼"라고 들린다. 그 맥락으로 남편이 내게 " 그건 아무 문제가 아니야. 네가 예민해서 그래."라는 말을 하면 이제는 " 네가 말하는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로 들린다. 남편이 "우리 엄마는 더 힘들게 살아"라고 말하면 나는 그것이 "내 안에 어머니에 대한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아직도 많아."라고 들린다.









동의하지 않는다.


남편과의 소통이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시부모님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들 내면의 좌절감과 공허, 무력감과 우울,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낀다. 그 실체들을 혼자서만 느낀다. 안타깝고 가엾고 슬프지만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것은 모두 그들 것이고 그들의 삶이며 그들이 찾아가야 할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해한다는 것이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남편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잠재적 이혼예정자로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표현하고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사랑하고 귀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그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혼하지 않는 이유는 공부가 끝나지 않아서이다. 공부란, 그의 삶과 그와의 관계를 통해 내가 배울 것들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나의 어떤 부분에 대해 배울 것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배움이 다 끝나면 인연은 저절로 끝이 날 것이다.


요즘 나는 심리학을 배우고 있다. 많이 배우고 있고 그것을 나를 찾아가는 도구로서 이용하려고 한다. 사람들의 버려지는 감정들을 보며 그것이 어둡고 암담한 것이라고 느껴지는 나의 시각이, 누군가로부터 이어져 온 프레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감정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깊은 물일지도 모른다. 감정은 잠재된 나에게로 흐르는 맑은 물, 진정한 나를 찾아가게 하는 방향수이다. 사람은 물이 없이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