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3
나는 동그라미를 주었는데
네 주머니는 네모였다.
너는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돌려주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도 내밀었으나
모두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동그라미를 잘라
네모처럼 만들어보자.
뚝딱뚝딱, 쿵쾅쿵쾅—
여전히 동그라미.
시무룩해진 나는
동그라미를 품에 넣고
길 위를 걷기 시작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태양이 뜨겁고, 눈이 내렸다.
오랜 계절이 지나,
지친 나는 동그라미를 안은 채
땅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결국 줄 사람을 찾지 못했네.
주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