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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전히 동그라미

순간 3

by 흔들리는 민들레


나는 동그라미를 주었는데

네 주머니는 네모였다.


너는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돌려주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도 내밀었으나

모두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동그라미를 잘라

네모처럼 만들어보자.


뚝딱뚝딱, 쿵쾅쿵쾅—

여전히 동그라미.


시무룩해진 나는

동그라미를 품에 넣고

길 위를 걷기 시작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태양이 뜨겁고, 눈이 내렸다.


오랜 계절이 지나,

지친 나는 동그라미를 안은 채

땅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결국 줄 사람을 찾지 못했네.

주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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