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이 정의한 세계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마음의 DNA
2023.
1. 31.
모든 예술 작품의 배경은 인간입니다. 그림도 음악도 사진도 영화도 소설도 모두 인간에게서 시작되고 인간에게서 끝이 나며, 인간이 시작하고 인간이 끝을 냅니다. 우리는 인간을 배제하고서는 작품을 읽을 수도 볼 수도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은유와 상징이 난무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우리는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고, 분노하고, 그리워하고, 혹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여러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해 느끼고, 인간을 배우며, 인간에 대한 성숙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시나리오를 기초로 만들어집니다. 시나리오의 기본 구성은 scene(장면)이며 이 씬들이 모여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씬이 되어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됩니다.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죠. 그만큼 감독의 역량이나 예술성이 한 편의 영화에 집약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상상력 때문이죠.
고대 인류가 동굴벽에 그림을 그리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것은 모두 상상력 덕분입니다. 상상력의 뿌리는 어디일까요? 정신입니다. 정신은 마음과 닿아있고 마음은 감정과 닿아있습니다. 인간에게 감정이 없었다면 아마 인류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진보된 세계를 건설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계는 무척 복잡했고 인간은 복잡한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이성과 수학과 과학과 철학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 학문들로 세계를 정의하고 분류하였습니다. 많은 건설들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이제는 더 이상 크게 새로울 것 없는 건설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권태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건설들로 편리해지면 더 즐겁고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질 줄만 알았던 인간들은 행복하지 않은 상태, 무언가 텅 빈 상태, 공허함을 경험합니다. 맛있는 음식으로 위를 과도하게 채워봐도 그때뿐이며, 비싼 자동차나 비싼 물건들로 채워봐도 만족스럽지 않으며, 폼나는 경험들로 나만의 영상을 채워봐도 더 폼나는 경험들로 무장한 다른 인간들이 나타납니다.
아무리 가져도, 아무리 경험해도 허기를 경험합니다.
왜 그럴까요? 잊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잊었을까요? 상상력을 잊었고 마음을 잊었고 감정을 잊었습니다. 복잡한 세계를 이성과 수학과 과학으로서 정의하고 분류하느라 이성과 수학과 과학으로 설명될 수 없는 정신과 마음을 잊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현대의 인간들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잊었다면 다시 기억해 내면 됩니다. 우리의 상상력은 DNA에 새겨져 있으니까요. 영화라는 매개로 영화 속의 인물들로 잊고 있던 우리의 감정을 기억해 낼 수 있습니다. 영화 속 그들의 감정을 통해서 우리 안의 감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감정으로서 만날 때 그들은 더 이상 스크린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동반자가 됩니다. 우리의 마음속 영원한 친구가 됩니다. 그래서 삶이 고단하거나 고통스러울 때 말을 건네옵니다. 영화 <레옹>의 마틸다가 레옹에게 사는 건 언제나 힘든 거냐고 아니면 어리기 때문에 힘든 거냐고 물어봤던 것처럼 그래서 레옹이 아니 언제나 그렇다고 대답한 것처럼, 영화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그들은 우리 안에서 언제까지고 살아 숨 쉬며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들은 불멸의 존재들이니까요.
그들이 결코 사라지지 않듯, 우리의 감정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잠시 잊혔을 뿐.
이제 우리는 감정과, 마음과, 상상력을 기억해내야 합니다. 잊었던 마음을 다시 기억하러, 떠나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