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이성 뒤에 은폐된 미결의 감정들

박찬욱

by 흔들리는 민들레


(이 글은 영화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산에서 추락한 남자의 변사사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사건 담당형사인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게 되죠.


해준은 서래의 사망한 남편 시신 옆에서 그의 아내인 서래를 처음 만나는데요, 이때 해준의 눈빛에서 이미 그녀에 대한 호감을 읽을 수 있습니다. 박해일 씨의 저 연기는, 훌륭하다는 찬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정말 좋았습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 그러면서도 아직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의 감정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렇지만 깊이 있게 표현합니다.














그는 형사이므로 그녀를 용의 선상에서 제외하지 않고 주의 깊게, 요모조모 살펴봅니다. 그녀의 집 앞에서 밤을 새우며 그녀를 관찰하지요.


그녀의 우는 모습,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 담배 피우는 모습, 죽은 새를 묻어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형사로서가 아니라 남자로서 이성으로서 그녀를 바라보게 됩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호감은 시작되었고 처음부터 근무가 아니라 호감을 내재한 관찰이었을지도 모르





한국에서는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조사결과 용의자인 그녀의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수사가 마무리됩니다. 해준은 아내가 있음에도 그녀와 가까워집니다. 그들에게 외부적인 것들은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후 그는 알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으로 그릇된 수사를 했다는 것을. 그는 그녀를 원망합니다.




나는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트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감정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나지 않죠.


평온하지만 시체 같은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는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잠은 이루지 못하고 눈물은 나오지 않아 늘 인공 눈물을 채워 넣어야 하죠. 그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눈물을 흘릴 수 없기 때문이죠. 그는 왜 수시로 인공눈물을 넣어줘야 할까요? 그는 왜 잠을 이루지 못할까요?



감정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기감정을 깊은 바다에 빠트려서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하고 싶은 것입니다. 왜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하고 싶을까요?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숨기고 싶은 것입니다.



그는 감정을 이성이라는 것 뒤에 감추고 없애버리려 합니다. 은폐하려 합니다. 은폐하고자 한다는 것은 은폐할 것이 있음을 전제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말이죠.






우리는 그와 얼마나 다른가.








그는 그녀를 찾아 헤매지만 결국 잃고 맙니다. 해준(박해일)은 자기가 서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지 여전히 모르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어쩌면 사라진 서래(탕웨이)는 실재하는 여성이 아니라 해준의 잃어버린 감정일지도, 그의 이성에 의해 희생된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그가 사랑한 것은 한 여성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인지도 모르죠.





나는 당신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어요.





서래의 이 말에서 우리는 예감할 수 있습니다. 해준에게 감정은 영원한 미결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인간의 감정은 은폐할 수 있을까요? 깊은 바다에 빠트려서 아무도 찾을 수 없게 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하는 말들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복잡한 세계를 살아가며 때로 감정의 거추장스러움을 느낍니다. 복잡하고 바쁜 현실에 적응해야 하기에 감정으로 인해 곤란해지는 일은 되도록 피하려 합니다. 감정을 먼바다에 던져버리라던 해준처럼 우리들 역시 살아가기 위해 감정을 억제하고 통제합니다. 그러나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감정이 필요하다는 역설이, 그녀가 미결로 남은 것처럼 우리에게도 숙제이자 미결로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이 바다 깊은 곳에 빠뜨려 은폐한 감정은 무엇인가요? 영화는 그 미결사건을 다시 들추어낼 용기를 줍니다.




'배운 변태'라는 충분한 별명을 가진 박찬욱 감독의 그동안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헤어질 결심>은 부드럽고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또 해준과 서래가 마음 안으로 성큼 들어와 버렸습니다. 반갑게 그들을 맞이합니다.



https://youtu.be/A33AdB4u8GQ?si=7WX0CYDt5jjfFb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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