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끈적한 폭력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슬라임은 말랑하고 무해해 보이지만, 옷감에 스며드는 순간 비명이 터지는 점액질로 변한다. 관계도 그렇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연결이 어느 순간 내 숨통을 조이는 끈적한 슬라임이 되어 머리카락과 살점을 뒤엉키게 만든다. 지우려 할수록 더 깊숙이 스며드는 그 끈적함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나 자신을 잃어갔다.
나는 발목에 밧줄이 묶인 새였다. 홀가분하게 비상하려 할 때마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줄 때문에 발목에서는 피가 흘렀다. 그 줄의 이름은 '가족'이었고, '희생'이었으며, '착한 딸'이라는 수식어였다. 중증 우울증이라는 지옥을 통과하며 내가 마주한 진실은 잔인했다. 내가 무너져 내릴 때 그들은 아프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세운 고요의 경계를 증오했다.
상실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들에게 대상이었지만 그들은 내게 대상이 되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파도 그들은 끊임없이 요구했고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나는 깨달았다. 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은 그들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침범에도 무너지지 않는 나만의 중심을 세우는 '자립'뿐이라는 것을.
이 책은 내 발목을 파고들던 그 끈적한 밧줄의 정체를 응시한 기록이자, 타인의 거울이 아닌 나의 이름으로 숨 쉬기 시작한 한 인간의 자립선언이다.
어쩌면 변하지 않는 가족들은 내게 가장 혹독하고도 명확한 교과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관성적인 침범을 통해 나는 내 안의 결핍을 공부했고, 무너진 탑을 다시 쌓는 법을 배웠다.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 덕분에 나는 비로소 홀로 서는 법을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
자기 고통을 직면하지 않는 사람은 놀랍도록 잔인해진다. 그들은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수단화하고, 자신의 불안을 전가하며 유착이라는 이름의 감옥을 만든다. 하지만 진정한 자립은 그 차가운 감옥을 부수고 홀로 남는 고립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내 고통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 기꺼이 내 몫의 고통을 살아내는 숭고한 책임이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대물림되는 상처의 사슬을 끊어내는 일, 그것은 가장 뜨거운 사랑이다.
지나온 삶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 덕분에 나는 비로소 온전히 홀로 서는 법을 배웠다. 이제 그 끈적한 손들을 떼어내고 당신만의 평원으로 걸어 나와도 된다. 이것은 나의, 그리고 당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한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자립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