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시를 쓴다
웰메이드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술이 고프다
내 기준의 웰메이드 드라마는
인간의 군상들을 잘 녹인 각본이다
인간의 민낯을 잘 파헤친 연출이다
인간의 면면을 잘 살린 연기다
이 세 가지 조합이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명작이 된다
인간이 고고한 품격의 성숙함을 얻는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내 인고의 삶
원망도 많았던 절망같던 내 삶
하지만
나는 이제 담담하게 웃는다
야망만 좇아 양심을 잃고사는 이들을
관조하며 볼 수 있는 담담한 여유를 얻었기에,
그 어리석음을 깨달았기에
내 삶이 탄탄대로였다면
나 또한 시건방진 삶을 살았을 테지
아니 더 우아한 척하며
삶을 통달한 냥 어줍잖게
강단에도 섰을 테지
다행이다
나에게 낮은 삶을 주셔서
삶의 쓴 맛 제대로 맛 보고있는
아직 불안한 내 삶이지만
감사하다고 감히 말한다
가만히 있어도,
굳이 센 척 잘난 척 해보이지 않아도,
내세울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빈손인 '나'이어도,
함부로 보여지지않는다는
'나'를 만들어주심에
지나간 웰메이드 드라마를 보며
술이 고파 술을 마셨다
오늘도 내 시는
술이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