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시 속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의 역사시점
1952년생인 황지우는 1973년 유신반대시위를 하다 강제 입영되었으며,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유인물을 만들어 종로에 뿌렸고 청량리 지하철에서 체포되어 합수부에 끌려갔다. 전남이 고향인 황지우는 5.18 광주에 관한 시들을 많이 썼다. 유년시절 겪은 그때의 시선으로 4.19 혁명에 대해 쓴 시도 있다.
황지우는 이러한 행적 덕분에 일찌감치 좌파인사로 낙인찍혔고 2009년 이명박 정부 문화체육관광부의‘진보성향 문화계 인사에 대한 표적 감사’에 반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직을 사퇴했다.
소수의 악인들이 교활한 가면을 쓰고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지한 이들을 선동하고 선동당하는 사회, 악의 가면 속 민낯은 보지 못하고 거짓 영웅들을 진짜처럼 만드는 사회, 거짓 영웅이 실세로 자리잡으면 자국의 노벨평화상도 노벨문학상도 폄훼를 넘어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부끄러운 사회가 2024년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역사왜곡과 분열, 인간 욕망을 채우기 위한 악질적인 이데올로기적 편가르기는 소수만 웃을 뿐, 다수는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대면서도 계속되고 있다. 가까운 현대사의 왜곡과 무지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기본은 역사를 올바르게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황지우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시대를 고발한 시를 썼다. 그때의 시들은 이제 역사적 사실의 시적 기록이기도 하다.
학문하는 자들에게 시를, 소설을 해독하고 평론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자로서의 올바른 자세다. 소위 지식인이라 칭하는 자들은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 비뚤어진 역사관으로 사회를 어지럽히고 권력에 순응하는 자
둘, 지식적 학문에만 매몰돼 현시대 읽기를 거부하거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자
셋, 정직한 역사를 읽을 줄 알고, 시대를 냉철하게 비판하며 희망찬 유토피아를 설계하는 자
스스로 지식인이라 불리고 싶다면 고여있거나 머물러 있는 학문 속만의 학자가 아닌 역사와 시대를 통찰하며 대중을 깨우치는 학문 밖의 학자로 거듭나야 한다. 글 또한 어려운 학술용어만을 동원해 읽히지 않는 저자 홀로 자족하고, 유물이 되어 캐비넷 깊숙이 들어가 있는 글이 아닌, 대중이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사고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글이 참지식인의 참글이다.
진정한 공부의 길이란, 사람이 되는 근본을 닦은 후 인간사를 위해 바르게 쓰고자 하는 데 있다. 그 어떤 똑똑함도 '사람다움'을 잃으면 허깨비와 다름없다. 구겨진 역사를 소환해 바로 펴고 얼룩은 닦아내고, 투명한 역사를 올곧게 써나가는 것이 학문을 한 자의 기본 도리다. 곧 바람직한 지식인의 길이다.
아직도 낡은 이데올로기 이념 전쟁으로 소모적 사회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비뚤어진 역사관으로 사회를 어지럽히고 권력에 순응하는 자’‘지식적 학문에만 매몰돼 현시대 읽기를 거부하거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1980년대 황지우의 시에서 2024년‘한강’으로 이어지는 좌파타령들이 하루빨리 소멸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