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지금 부모 감정과 말에 하루를 소비하고 있다면..
부모는 종종 말한다. “우리 아이는 게임밖에 몰라요. 게임을 안 하게 하는 방법은 없나요?” 이런 고민은 흔하다. 게임 때문에 화가 많아졌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게임과 공부를 쉽게 연결한다. “게임을 해서 공부를 못한다. 집중력이 약해졌다.” 이 말은 어떤 부분에서는 맞을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게임과 공부는 본질적으로 다른 활동이다. 다만 감정을 분화하지 못했을 때, 두 활동은 하나의 연속성으로 느껴진다. 공부가 힘들고 게임도 힘들 때, 그것은 하나로 엮여버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게임을 못해서 화가 나는 감정과,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 앞에서 오는 좌절감은 내용이 다르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감정을 인식하면 그것은 하나로 느껴진다.
우리는 흔히 원인과 결과의 구조를 만든다. “좋은 친구를 만나서 성격이 변했다.” “나쁜 친구를 만나서 성격이 달라졌다.” 친구가 위로해주는 말을 해주면 내 감정이 좋아진다. 엄마가 공감해주면 내 마음이 풀린다. 이것은 모두 보상 구조다.
아이와 아빠가 함께 공부의 길을 설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흐르자 두 길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빠는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고, 아이는 자신이 정한 것은 지켰다고 말했다. 작은 차이 같지만, 그 속에는 서로 다른 기준과 기대가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의 기준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었다. 아빠의 기준은 ‘더 높아야 한다’였다. 아이는 힘들었지만 최신 핸드폰을 얻기 위해 동의했다. 그러나 계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자기비난이 커졌고, 아빠의 실망과 핸드폰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핸드폰이라는 보상은 아이의 욕망을 강하게 흔들었다. 욕망이 커질수록 아이는 아빠의 감정을 돌보는 역할을 맡았다. 아빠의 표정과 말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조절했고, 오늘 아빠에게 어떻게 평가받을지가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아이의 감정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아빠의 말과 행동에 따라 움직이고, 아빠의 감정을 이제 자신이 돌보고 신경쓰고 관찰하면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역할은 인지하지 못한채 자신이 할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자신의 감정은 이제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상대가 내 욕구를 채워줘야지만 움직이게 되는 감정의 수동적 상태가 되버린다.
아빠 역시 무거웠다. 기대가 높을수록 결과가 부족할 때 실망은 더 깊어졌다.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너는 바보다, 동생보다 못하다”라는 말은 아이의 불안을 더 키웠다. 결국 아빠도 감정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문제의 뿌리는 보상 구조였다. 공부 성과와 핸드폰을 직접 연결한 구조는 아이에게 “내가 노력해도 안 되면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자기비난을 심어주었다. 공부는 공부 자체의 의미를 잃고, 핸드폰이라는 보상에 매달리게 되었다.
해결은 보상 구조를 끊는 데서 시작된다. 핸드폰은 공부 성과와 직접 연결하지 않는다. 핸드폰을 줄지 말지는 부모의 권한으로 남겨두고, 공부는 공부 자체의 의미로 남겨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감정에 매달리지 않고 자기 감정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행복은 무언가를 가져야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원하는 것을 얻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경험을. 그래야 아이는 커서도 소유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부모의 언어도 바뀌어야 한다. “이거 다 하면 해줄게”라는 조건부 언어 대신, “게임은 할 수 있어. 하지만 너도 네 할 일을 끝내렴. 어렵고 힘들어도 끈기 있게 해보자”라는 격려의 말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게임과 공부를 보상 구조로 연결하지 않고, 자기 감정과 자기 책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보상 구조에 연결된 심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은 안전하다. 그러나 내 밖에서 상대의 말과 행동으로 감정을 인정받으려 한다면, 그 구조는 상호의존성에 깊이 빠져 있는 상태다. 내 감정이 나쁘면 상대의 말 때문이라는 인과관계가 강화될수록 삶은 더 힘들어진다.
이 구조 속에서 아이는 늘 부모의 표정과 말에 긴장하며 눈치를 본다. 타인에 대한 민감성은 발달하지만, 자기 선택에 대한 확신은 줄어든다. 자존감과 자신감은 늘 타인에 의해 흔들린다.
연인 사이에서도 같은 구조가 반복된다. 전화가 여러 번 씹히면 화가 된다. “왜 내 전화를 안 받았어.” 이 반응은 보상 구조다. “내 감정은 내 책임이 아니고, 너의 책임이야.” 상호의존성 반응이다. 그러나 안정된 감정 책임자는 다르게 반응한다. “전화를 안 받네. 바빠서 어렵구나. 이따가 확인하면 연락주겠지.” 불안을 스스로 잠재우는 전략을 세운다.
결국 해야할일은 보상 구조에 묶이는 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빼고 내가 나와 맺는 관계가 진정한 자신임을 아는 길이며, 나를 자아를 확장하는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