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와 하는 대화가 편해질 준비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정서를 많이 느끼는 사람일까. 정서는 곧 나다. 감정을 느끼는 내가 곧 나이기 때문이다. 정서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긍정 감정을 많이 느끼고 부정 감정을 적게 느끼는 유형, 긍정 감정을 적게 느끼고 부정 감정을 많이 느끼는 유형, 긍정과 부정 모두 적게 느끼는 유형, 그리고 긍정과 부정을 보통 정도로 느끼는 유형이다. 나는 이 네 가지 중 어디에 가까운 사람일까. 나의 정서가 곧 나를 드러낸다면 그 정서 앞에 나를 나란히 세워보자
에고(Ego)는 사회적 가면 곧 페르소나다. 공부할 때, 친구 관계를 맺을 때, 어떤 역할을 수행할 때 필요한 얼굴이다. 나는 친구에게 좋은 말을 들으면 “나는 친구를 잘 사귀는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에고로 확인하고, 자신감과 당당함을 얻는다. 그러나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하거나 현실이 기대와 다르면, 에고는 곧바로 흔들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친구를 잘 못 사귀는 사람이야.” 그리고 그 이유를 찾는다. 성격 때문에 외모 때문에 말투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비난한다.
에고는 늘 당당함과 자신감을 원한다. 하지만 내가 잘하고 있다고 믿었던 공부, 내가 믿었던 친구, 내가 믿었던 관계가 흔들릴 때 에고는 무너진다. 수학은 잘하지만 영어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믿었던 친구가 거짓말을 했을 때, 나를 배신했을 때 스스로를 의심한다. “내가 바보였나. 왜 몰랐지? 나는 안 되는 건가?”라는 자기 부정이 생겨 하루 전체의 감정과 일상적 관계가 흔들린다. 그 결과 삶의 의욕과 동기가 사라지고, 자기비난과 좌절감이 커진다.
그러나 이때 흔들리는 에고를 붙잡아주는 것은 타인의 공감이나 위로만이 아니다. 그것은 일시적이고 임시방편일 뿐이다. 점쟁이나 타로, 심리상담도 당장은 불안을 해소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중독처럼 반복을 부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진정한 해답은 돈이 들지 않지만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셀프(Self) 자기다.
셀프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한 가능성과 회복력을 품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 본 뒤, 그 경험을 통해 “내가 그림을 잘 그리네”, “내가 정리를 잘하네”, “내가 누군가를 도왔을 때 나도 착한 부분이 있구나”, “내가 친절하구나”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것은 셀프의 발견이다. 미지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셀프다. 경험과 통찰은 반성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나이기에 때로는 노력과 자기인정, 아픔과 고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셀프와 연결될 때 나는 에고가 흔들릴 때마다 자기비난이 아니라 자기탐색으로 나를 다시 세울 수 있다. “왜 흔들리지?”, “뭐가 잘못된 거지?”라는 질문은 나를 학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길이 된다. 셀프는 나를 기다려주고 격려하고 위로한다. “응, 너는 한두 번 해도 잘 안되네. 괜찮아, 너의 속도가 있잖아. 더 시간과 학습이 필요한가 봐. 괜찮아, 기다려줄게. 천천히 하자.” 셀프는 이렇게 말하며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너무 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몇 번 해보고 잘 안 되면 “나는 못하는 사람이야”라고 단정한다. 변화는 빨라야 하고, 느리면 안 된다는 편견이 우리 마음에 깊이 심어져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문화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스며든 것이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느린 속도가 필요하다. “나는 지금 속도로는 안 되겠어. 그래서 느리게 해야 하구나.” 이렇게 인정하는 순간, 나는 내 속도를 발견한다. 내 속도를 인정하는 것은 셀프와 연결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셀프는 나에게 “괜찮아, 네 속도대로 가자”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만약 내가 현재 긍정 정서도 부정 정서도 잘 느끼지 못하는 둔감형이 되었다면 그때는 에고와 셀프가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에고는 외적인 모습이라면 셀프는 내면의 그림자까지 포함한 나이다. 그 안에는 보여주고 싶지 않고 숨기고 싶고 부끄럽다고 착각했던 내가 있다. 둘 다 느끼지 못한다면 외적인 모습 관리도 엉망이 되고 내면에서 하고 싶었던 의지마저 포기한 상태일 수 있다.
그럴 때 즉각 해야 할 일은 거울 보기다. 보기 싫은 셀프의 거울을 마주해야 한다. 화장실이나 화장대에 있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내가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적어보자. 그 말 속에 자기 존중, 자기 칭찬, 자기 격려가 있는가? 아니면 자기 비난, 자기 의심, 자기 불안만 가득한가? 거울 속의 나에게 건네는 말이 곧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고 셀프가 말을 거는 순간이다.
삶은 늘 흔들리고 오늘도 에고는 흔들린다. 그러나 흔들림 속에서 나를 기다려주고, 격려하고, 공감해주는 내적 자원이 바로 지원자셀프다. 에고와 셀프가 서로 소통할 때 비로소 공허함을 넘어 만족과 안정감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흔들리는 에고를 셀프가 감싸 안을 때 다시 나를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