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배신을 줄이는 거울 자부심을 키우는 거울
진정한 성장은 상대를 탓하기보다 내 안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된다.
강사라는 일을 하다 보면 늘 반복되는 문제가 있다. 수업을 위해 준비한 재료가 끝나고 나면, 남은 재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어린이 수업에서도, 청소년 수업에서도, 성인이나 노인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업이 끝난 뒤 남은 재료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욕망의 대상이 된다.
강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열심히 가르친 뒤 남은 재료를 조금 챙겨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것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수업을 위해 쏟아낸 열정에 대한 작은 보상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관계자가 봉사자인 경우, 종종 “이건 우리가 구매했으니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말하며 자기들이 그 몫을 챙기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강사는 억울함을 느낀다. 자신은 정당한 몫을 챙기려 했을 뿐인데, 그것마저 막히면 마음속에서 불신이 싹튼다.
강사는 스스로를 욕심쟁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는 열심히 가르쳤으니 한두 개쯤은 정당한 보상이라 여겼다
그리고, 봉사자에 대한 이상화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종교적 신념까지 가진 봉사자라면 더 착하고 이해심이 깊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 기대가 깨지는 순간, 마음은 배신감으로 물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노력하면 대가를 바란다. 그것은 본성이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심리다. 하지만 그 본성이 때로는 거울이 되어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비추기도 한다. 이는 인간 자체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내가 이상화했던 봉사자에 대한 신념이 무너진 데서 비롯된 실망이었다.
우리는 특히 종교인이나 봉사자에게 더 높은 기대를 품는다. 성당을 다니거나 하느님을 믿는다면 나보다 더 착해야 하고, 더 선해야 하고, 더 양보해야 하고, 더 너그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종교는 이미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되고 싶어 길을 찾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종교인에게 더 큰 상처를 받는다. “더 나를 이해해줘야지, 더 먼저 말 걸어줘야지, 더 용서해줘야지”라는 바람이 깨질 때, 가까운 사이일수록 배신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이상화(idealization)’라고 부른다. 이상화란, 우리가 어떤 사람을 실제보다 더 완벽하고 선한 존재로 상상하며 기대를 부여하는 심리적 작용이다. 이 대상은 부모일 수도 있고, 배우자나 친구, 종교인일 수도 있다.
이상화된 대상은 “그 사람은 나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무의식적 믿음을 품게 하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우리는 실망과 분노를 느끼며 상대를 심판하거나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 실망은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그려놓은 이미지가 무너진 데서 비롯된 것이다.
종교인이 남편, 아내, 친구, 가족에게 있다면, 그들에 대한 나의 이상화된 사고를 검토해봐야 한다. 미움의 시작은 내가 간절히 원했던 바람에서 비롯된다.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기에, 너는 나를 그렇게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내 안에 있다.
만약 그 이상화의 바람이 사라진다면, 상대는 그저 연약함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왜 상대를 나쁘게 보는가?” 그 이유는 내 안에 있다. 내가 그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씌웠는지, 어떤 믿음을 강하게 가졌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 믿음이 깨졌을 때,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그 역시 인간이기에 욕망을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강사가 놓치기 쉬운 것은 자신의 영향력이다. 수업이 재미없었다면 남은 재료는 쓰레기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사의 열정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의지를 불어넣고, 그 재료를 욕망의 대상으로 바꾸었다. 그렇다면 강사가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면, 자신이 한 일이 누군가에게 욕망을 불러일으킬 만큼 의미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자부심이 없고 자존감이 낮았다면, 그 행동은 단순히 “욕심 많은 학생들의 모습”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대의 행동을 이해하는 길은 쉽지 않다. 그러나 결국 필요한 것은 두 개의 거울이다.
첫째,
내가 상대를 어떻게 이상화했는지 돌아보는 거울.
둘째,
내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욕망을 불러일으켰는지 살피는 거울.
그 거울을 통해 억울함은 이해로 바뀌고, 단절은 회복으로 이어진다. 강사의 거울은 욕심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기대, 그리고 자기 성찰을 비추는 것이다. 진정한 성장은 상대를 탓하기보다 내 안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