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SDF 방문기
지난 12월 21일 개막해 2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22>. 올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22>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키워드는 바로 '환경'이었다. 친환경이 아닌 필(必) 환경이라는 말처럼, 해가 거듭할수록 환경은 트렌드를 넘어 전시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재생지와 폐플라스틱, 폐가죽, 굴 껍데기 등 다양한 폐기물의 변신은 그저 환경친화적인 ‘착한 물건’이 아닌 소장하고 싶은 아트웍이 되었다. 올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찾은 ‘진심’ 갖고 싶은 친환경 굿즈를 소개한다.
매력적인 가구가 된 플라스틱, 노플라스틱선데이X저스트프로젝트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22>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던 부스는 노플라스틱선데이와 져스트프로젝트의 협업 전시관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지속 가능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브랜드 노플라스틱선데이와 진심으로 소재로서의 쓰레기를 연구하는 져스트프로젝트가 아티스트 10팀과 함께 재활용 플라스틱 판재로 실험한 작업을 선보인 것. 그들의 설명처럼 폐플라스틱이라는 ‘애물’이 매력적인 ‘보물’로 치환되는 결과물이었고, 폐플라스틱 소재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체감하는 전시였다. 가라지가게, 구오듀오, 길종상사, 도잠, 소목장세미, 원투차차차, 제로랩, 최중호스튜디오 X 카레클린트, 콜렉토그라프, 포스트스탠다즈까지 10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아름다운 인테리어 소품을 선보였다.
일상에서 향유하는 예술, 아르크마인드
종교가 없지만 아르크마인드의 예쁜 십자가에 유혹당했다.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에 예술을 더하는 아트 스튜디오 아르크마인드. 한국 간판 문화에서 다량으로 발생하는 자투리 아크릴과 분쇄한 복합 소재 플라스틱 장난감의 업사이클링을 연구한다. 정형과 비정형의 아크릴 조각과 파쇄 플라스틱은 아르크마인드만의 기법을 통해 회화 작품과 더불어 업사이클링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재탄생시킨다. 회화 작품부터 화병, 인센스 홀더, 문진, 십자가, 이어링 등 작품의 라인업이 다양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컬러 아트웍 작업이 특징이다.
마스크 자투리로 만든 지구, 메이크 임팩트
매일 아침 새 마스크를 꺼내 쓰며 하루에 얼마나 많은 마스크가 버려질까 생각하며 마음이 불편했는데 메이크 임팩트를 만나고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 메이크 임팩트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노력하는 디자이너들이 만든 브랜드다. 마스크 자투리와 병뚜껑을 활용해 쓸모 있고 아름다운 제품을 제작한다. 비누 트레이, 화분, 인센스 홀더 등 일상생활에서 실용적인 제품은 물론 샴푸바 만들기 키트, 비즈 팔찌, 비즈 키링 등 재미 요소도 잊지 않았다. 친환경 제품 홍수 속 ‘갖고 싶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
곱고 의미 있는 것을 만든다, 연지공방
연지공방은 가죽공예 기법을 기반으로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뿐만이 아니라 본드가 묻어있거나 안감이 붙어 재사용이 불가한 오염 가죽을 다시 화학처리하지 않고 천연 재료만을 활용하여 새로운 폐가죽 제품으로 제작한다. 그야말로 버려지는 가죽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 가치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이번 서울디자인페어에서 만난 연지공방의 대표 아이템은 향화꽂이였다. 공장에서 제단 된 뒤 버려지는 폐가죽을 사용하여 제작하는 향화꽂이는 인센스 스틱과 같은 향을 꽂거나 작을 꽃을 꽂을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다.
쓸모없는 종이는 없어! 리코셰
리코셰는 폐지, 우유갑 등을 가공한 12가닥의 얇은 종이 실로 만든 밴드를 엮어 다양한 소품과 DIY 키트를 제작하는 친환경 브랜드다. 프랑스어 ‘리코셰RICOCHET’는 ‘물수제비’라는 뜻인데, 한 번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생겨나는 물수제비처럼 재생 종이를 새로운 공예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에코 크래프트 작업의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리코셰는 전 세계의 다양한 바구니 세공법으로 엮어 제작, 판매하며 크래프트 클래스를 한다. 컵이나 와인 홀더, 바구니, 인형, 모빌, 가방 등 폭넓은 굿즈를 선보이고 있으니 라탄 공예품에 진심이라면 눈여겨볼 것.
이토록 아름다운 굴 껍데기, 그린오션스
버려지는 굴 껍데기의 친환경 소재화 기업인 스타트업 그린오션스와 홍익대학교 디자인 챌린지팀이 협업한 ‘BETTER PROOF: 감각과 지속가능성의 전시’에서는 굴 껍데기의 아름다운 변신을 볼 수있었다. 현재 통영 지역에서 발생하는 굴 껍데기는 매년 20만 톤으로 처리 방법이 없어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굴 껍데기는 친환경 탄산칼슘이라는 소재로 활용 가능할 뿐 아니라, 굴 껍데기 자체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다. ‘통영, 굴, 해양 환경’ 세 가지 키워드로 아름답고 실용적으로 표현된 실험적인 디자인들을 통해 해양 쓰레기인 굴 껍데기의 가능성과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
정리 박선영 기자
사진 각 브랜드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