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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나귀똥 Sep 29. 2021

치앙마이7. 태국 커리가 좋아요

2019. 6.22~6.25 치앙마이 (7)


"분명 네가 좋아할거야"


하루를 꽉 채울 수 있는, 사실상 짧은 여행의 마지막 날. 요가 후 숙소로 돌아와 먹다 만 빵을 먹고 있는데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었던 일본인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치앙마이엔 왜 왔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계획인지, 한국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묻고 답하며 대화를 이어나갔어요.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저는 영어도, 일본어도 초딩 수준인데 용케도 대화를 잘 이어갑니다ㅎㅎ 그래도 ‘대화를 이어가긴 했다’라고 생각하는 건 그가 컴퓨터 공학 관련 교수라는 사실, 그리고 꽤 긴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들었기 때문이에요.


그가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이곳에 가보라는 추천도 해주었습니다. 제가 입고 있던 Sunday Market에서 산 원피스를 가리키며 분명 네가 마음에 들어 할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그가 추천한 곳은 Warorot Market이었습니다.


친절히 다가와준 그의 뒷모습
상기된 얼굴로 지도까지 펼쳐주셨다 :)


Warorot Market


발음이 재미있는 Warorot Market. 사전 조사 따위 없이 치앙마이를 찾은 터라 저에겐 매우 낯선 이름이었지만 뒤늦게 치앙마이 여행 후기를 찾아보니 꽤 많은 블로그에서 이곳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필수 관광지'까지는 아니지만 꽤 재미있는 곳임은 분명한 것 같아요.


크나큰 Warorot Market의 한 골목


시장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우리가 태국 하면 떠올리는 화려한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이곳에 다 모여있는 것만 같았어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방콕 짜뚜짝 시장에서 봤던 싸구려 코끼리 바지나 금박 파우치에 비해 꽤나 수준 있는 핸드메이드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은 그래서 살만한 게 없었어요. 마음에 들었던 옷가지나 가방들은 생각보다 비쌌고, 유독 마음에 들었던 커다란 쟁반이나 그릇류는 고이고이 모시고 비행기를 탈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다 특이해 보이는 한 상점에 들어가 자투리 천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프라이탁처럼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이라는 점도 흥미로웠고, 제 보기엔 색 조화도 유니크해서 young한 감각을 가진 동생들(친동생 부부 포함)에게 선물하면 좋아하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아무도 쓰지 않는다는ㅋㅋㅋㅋㅋ 결국 그들을 위해 산 기념품들을 담는. 조금은 비싸고 유니크한 쇼핑백 역할에 그친 것 같요.


이곳에서 산 가방은 아무도 쓰지 않는 걸로 ㅎㅎ


치앙마이 하면 카오소이


시장을 구경하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쉽게도 시장 안에서는 마음이 가는 식당을 찾지 못했어요. 허기를 채우려 시원한 과일 쥬스를 사 마셨는데 쥬스를 먹고 나니 더 배가 고파왔습니다.


때마침 한 동료가 치앙마이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추천했던 ‘카오소이’가 떠올랐습니다. 오늘이 Full로 즐길 수 있는 여행의 마지막 날인데 아직까지도 카오소이를 맛보지 않았더라고요.


일단 관광객들이 많은 도심 쪽으로 이동할 생각으로 구글맵을 열었습니다. 식당이 많아 보이는 적당한 동네를 찾은 후 현지인들에게 평점이 좋은 식당을 골랐어요. 여기다 싶은 곳을 찍어 그랩을 타고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소박해보이는 식당이 나타났습니다.


태국 여행 중 '현지인들에게 평가가 좋은' 식당이나 마사지 샵을 막상 찾아가 보면 생각보다 소박한(?) 비쥬얼에 실망스러운 때가 많아요. 실망감을 안은 채 음식을 주문하고 서비스를 받다 보면 또 기대 이상으로 좋아서 감탄하게 됩니다. 저는 이 같은 반전(?)을 경험하는 재미때문에 구글맵에 더 의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과연, 그 맛은?


태국의 커리와 스프를 좋아하는 제게 카오소이는 몹시나 만족스러운 누들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코코넛 쥬스도 같이 시켰는데 이 둘의 궁합도 매우 좋았어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제게 카오소이는 살짝 매웠는데 코코넛 쥬스 덕분에 국물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사지 타임


배부른 식사도 마쳤으니 이제 마사지 타임입니다!


관광객들이 많은 시내를 도보로 많이 돌아다니지 않은 탓일까요. 방콕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로컬 마사지샵을 치앙마이에서는 자주 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여행의 일정이 아주 짧았기 때문에 '복불복 로컬샵'에서 도박을 하느니, 돈을 좀 주더라도 좋은 스파를 받는 게 낫겠다 싶어 '몽키트래블'을 열었어요.


저는 태국을 여행할 때 동남아 전문 예약 서비스인 '몽키트래블'을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딱히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거나 엄청난 프로모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태국 현지에서. 그것도 실시간으로 예약 확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꽤 편리하거든요. 물론, 10번 중 3~4 번은 불만족스러울 때도 있는데 불행히도 그 3~4번 중 한 번이 바로 이날이었습니다.


당일 예약 후 방문한 <오아시스 스파 란나>


적지 않은 금액 (약 1800바트, 우리 돈 7만 원 대)을 들여 <오아시스 스파 란나>의 시그니처 오일 마사지를 예약했습니다. 오아시스는 어디를 가도 실패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 같은 게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지금껏 받아본 태국 마사지 중 가격 대비 가장 불만족스러운 마사지였습니다 ㅜㅜ  마사지 후에는 늘 감사한 마음으로 샵을 나오곤 하는데 이날만큼은 마사지사를 바꿔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것이 후회될 지경이었어요. (그래도 풀빌라 느낌이 나는 시설만큼은 좋았기에 그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스파 전 한컷. 딱 이때까지만 좋았다


또 다른 커리


마사지를 마친 후 또 시장투어에 나섰습니다. 그 유명하다는 치앙마이의 ‘나이트바자’를 꼭 구경해보고 싶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이트바자는 기대와는 좀 달랐습니다. 월요일 밤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하고 싱거운 분위기였어요. 게다가 판매하고 있는 물건들이 오전에 들린 Warorot Market에 비하면 어딘지 모르게 조악했고, 괜찮아 보이는 것들은 전날 들린 Sunday Market 대비 터무니 없이 비쌌습니다. 실망감을 잔뜩 안고 맛있는 저녁이나 먹자며 목표를 변경했습니다. (또 먹어 ㅎㅎ)


쇼핑보다 식사에 진심인 편


밝은 조명을 따라 걷다 보니 여러 식당들이 모여있는 '시장 안의 시장'이 나타났습니다. 육류에 해산물, 태국 전통음식까지 없는 게 없는 푸드 마켓 같은 곳이었는데 한 쪽에는 핸드메이드 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있어 20대 때 자주 갔던 홍대 놀이터의 프리마켓이 떠올랐어요.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맛있는 냄새를 맡으니 허기가 느껴졌습니다. 여러 메뉴들을 살피다 결국 또 커리세트를 골랐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태국의 커리를 매우 매우 좋아해요! 특히 이날 고른 'V SECRET'이라는 상점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커리의 맛도 꽤나 담백했습니다. 낮에 먹은 카오소이와 그다지(?) 겹치지 않는 맛과 비쥬얼이었어요.


이날의 Pick <V SECRET>
푸짐한 한상


깊은 커리에 바삭한 두부볼까지 곁들여,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식물성 고단백 식사를 배불리 즐겼습니다. 착한 가격에 널찍한 테이블을 갖춘 이곳의 자유로운 분위기도 좋았어요.


하지만 다음에 또 이곳에 들린다면.

그때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와 여러 메뉴를 주문해 조금씩 나눠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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