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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나귀똥 Sep 30. 2021

치앙마이8. 고마워요, 치앙마이

2019. 6.22~6.25 치앙마이 (8)


아등바등 기를 쓰며 욕심을 부렸던 그 시절은 제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용기, 그것을 좋은 동료들과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 회사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뿌듯함이 제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어요.


최근, 시절 제가 론칭하여 담당했던 서비스가 플랫폼의 가치를 높다는 평가를 받아 회사가 제법 기업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몇몇 지인들은 “스톡옵션 아깝겠다”, “후회되지 않냐” 하고 제 마음을 지레짐작하지만 글쎄요. 기다, 아니다 명확한 답을 하는 대신 치앙마이에서 느꼈던 사소한 생각들로 대신하고 싶어요.

 

한 달여 남은 퇴사 날짜를 정한 후 찾은 치앙마이는, 그동안 애썼다고. 충분히 쉬어도 된다고 저를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 와 솔직히 말하면 치앙마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다운받아 둔 오디오북을 들으며 개선해야 할 것들을 리스트업하고 있었어요. 여행 중에도 틈만 나면 카톡을 열어 말없이 동태를 살피기도 했고요.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싶었던 스타트업 생활이 짧은 시간 안에 깊숙이 배어 '내 안에는 오직 일과 관련된 것들만 남아있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럴 거 뭣하러 치앙마이까지 왔나'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도마뱀에 기겁해 예정에 없던 숙소를 옮기기도 하고. 처음 맛보는 차와 누들에 아이처럼 감탄하기도 하기도 하면서 ‘그래, 나는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었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나다운 나를 다시 만난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이만큼 재미있고 마음에 드는 일을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여기서 만난 동료들처럼 정 많고 따뜻한 사람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싶은 두려움이, 말이 통하지 않는 머나먼 나라에서. 홀로 안전하고 건강하 즐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잦아드는 것 같았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용기를 주었어요.


아이러니하지만 일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해진 치앙마이에서의 저를 보며 “는 정말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래, 어딜 가든 또 열심히.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거야!”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했고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였던 1년 2개월의 시간에 단 하나도 아쉬움도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때의 그 시간 덕분에 저는 후회없는 지금을 보내고 있니다.


'나 다움'을 잃지 말고 계속 도전하자고 다짐하게 해준 짧고도 강렬했던 여행.   


고마워요, 치앙마이.  


'그때의 나는 없지만, 지금의 내가 있다' 치앙마이 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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