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감별사] 시리즈 1화- 단공의 글, 단공의 꿈
저는 감정 감별사입니다.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의 온도를 느끼고, 그 흔적을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저의 시작은 오래전,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시간, 당시 학교 교지에 실릴 시를 작성해서 보냈는데, 국어 선생님께서 제가 쓴 시를 외워 수업시간에 읊어 주셨습니다.
당시 선생님께서 읊어주셨던 시가 울려 퍼지던 그 짧은 시간이, 저에겐 세상의 무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날의 떨림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여준 눈빛에서, 제 글이 전해졌다는 울림을 느낄 수 있었고, 저는 그때부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저의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고,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저는 전공이기도 한 과학을 가르치며 살아왔습니다. 언젠가 아이들을 위한 과학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품었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늘 내 안에 있었지만, 그저 마음속에서만 빛나던 작은 별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브런치는 새로운 공간이 되어주었습니다. ‘작가 신청’이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밀려왔습니다. 제 글도 이 공간에서 누군가의 떨림이 될 수 있을까?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원고를 제출했고, 다음 날 “작가 승인”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마침내 오래 묵힌 꿈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첫 글을 발행하던 날, 손끝이 떨렸습니다. 글을 세상에 내어놓는 것은 세상에 처음 저를 선보이는 그런 순간과 같으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제 글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제 글을 읽고 독자가 남긴 첫 댓글, “작가님의 용기에 마음이 움직였어요.”라는 한 줄이 저를 울렸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글이 주는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는 감격을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겐 학교를 5년 전에 자퇴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노라 결정한 아들이 있습니다.
아들과의 홈스쿨링 과정은 때론 충격과 공포, 또 감동과 환희가 함께 했습니다.
그런 아들이 검정고시를 마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아마 고심을 하고 있을 때였지 싶습니다. 아이에게 "엄마, 브런치 작가 돼서 이제 글 연재 시작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잠시 멈칫하다가 물었습니다. "엄마 작품 이제 드라마 되는 거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럴 날이 오면 참 좋겠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날 이후일까요. 아이가 그전보다 저를 좀 더 성숙하게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작가’라는 이름은 나 혼자만의 호칭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는 엄마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또 하나의 빛이라는 것을. 아이에게도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또 하나의 삶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는 제 글쓰기를 ‘감정 감별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감정은 늘 언어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설명할 수 없는 울컥임, 갑작스러운 눈물, 이유 없는 미소처럼요. 저는 그 감정의 빛깔과 온도를 붙잡아 단어로 바꾸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브런치는, 그 작업을 세상과 나눌 수 있게 해 준 첫 무대입니다.
지금 저는 「차라리 고맙네」라는 시리즈를 연재하며, 상처와 회복의 여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별의 순간에도 남는 따뜻한 잔향, 관계의 아픔 속에서도 발견한 성장, 그리고 결국 나를 지탱하는 내면의 힘을 기록합니다. 또한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겪는 비슷한 삶을 살아가지만, 각자만의 독특한 경험과 그 속에서 제가 겪은 아픔과 슬픔, 사랑과 통찰이 담긴 여러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습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겐 위로가, 누군가에겐 격려가 또 어떤 이에게는 꿈을 꾸는 한 줄이 되도록 써내려 가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감정 감별사」라는 이름의 시리즈로, 감정적 자립과 관계의 재구성,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길을 탐구할 예정입니다. 그것은 나만의 이야기를 넘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확장될 수 있는 치유의 언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언젠가 손에 잡히는 한 권의 책이 되어, 누군가의 머리맡에, 누군가의 가방 속에, 누군가의 일상에 닿기를 바랍니다. 나의 글은 한 사람의 기록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더 많은 사람의 삶과 연결되기를 원합니다.
브런치 10주년의 순간, 저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신인 작가입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이 길의 끝에는 ‘작가로 존재하는 나’가 있다는 것을요.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을 다시 살아내는 일이자, 누군가의 마음에 불을 켜는 일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언젠가, 제 아이가 이 글들을 읽게 된다면, 엄마가 남긴 문장을 통해 질문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자신 안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면—그 순간이 바로 단공의 글, 누군가의 꿈을 깨우는 순간일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제가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가장 큰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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