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vs. 헐크 vs. 꼭두각시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벌어들인 버추얼 인플루언서 (Virtual Influencer)는 바로, 릴 미켈라(Lil Miquela)이다. 그녀의 프로필은 화려하다. 2018년 시사주간지 타임의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고, 소셜미디어에서 그녀의 팔로워는 도합 783만명이 넘는다 (인스타 그램 303만명, 틱톡 360만명, 유투브 28만명, 페이스북 120만명 - 2022년 8월 기준).
디지털 공간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그녀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도 협업을 한다. 2020년 테야나 테일러와 함께 'Machine'을 발표하기도 했고, 브라질 싱어송라이터 파블로 비타(Pabllo Vittar)와도 공동 작업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삼성, 프라다, 캘빈클라인, Ugg 등 다양한 회사의 spokesperson으로 활약했고, 덕분에 그녀를 런칭시킨 회사는 2020년 약 1170만 달러(130억원)의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릴 미켈라는 감정이나 도덕적 관념이 없을 것 같지만, Black Lives Matter 같은 사회적 이슈가 담긴 캠페인에도 참여를 하며, 올 5월에는 전 남자친구와(Nick Illian)의 재결합을 기리면서 미드 템포의 R&B 노래인 'Masterpice'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는 로봇입니다(I'm a robot)"이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인 것처럼 포스팅을 한다. 예를 들어, 그녀의 2018년 포스팅 "이번 주는 인생에서 가장 빡센 시간들이었다, 나와 함께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This has been the hardest week of my life so thank you to everyone who checked in with me)"은 224,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 그녀의 팔로워들, 즉 진짜 사람들,은 그녀의 모순 어법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우호적인 댓글, 수많은 좋아요와 디지털 공간상에서 그녀에 대한 언급량이 이를 반증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버추얼 인플루언서에게
관심을 갖고 열광할까?
사람들은 일견, 자신에게 없는 면을 갖고 있는 존재에게 끌린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사람이 갖지 못하는 - 어쩌면 갖고 싶어하는 - 면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그들은 물리적 한계를 모른다. 릴 미켈라를 예로 본다면, 그녀는 2016년 태어날 때부터 19살이었고, 22년 현재에도 19살이며, 원할 때까지 계속 19살로 살 수 있다. 그녀는 상상력이 미치는 한, 우주의 그 어느 곳에서도 활동을 할 수 있다. 즉, 고성능 컴퓨터, 제작자의 상상력, 이를 뒷받침할 기술력이 있다면, 그랜드 캐년의 가장 깊은 골짜기, 바다 속 고래의 등, 파리 에펠탑 꼭대기 등 그녀가 못 갈 곳은 없다. 또한, 그녀는 감기나 전염병에도 걸리지 않으니 1년 365일 불철주야로 일할 수 있고, 스캔들을 일으킬 오프라인 사생활이 없으니 이슈나 소문에서도 자유롭다.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논의를 차치하면, 그녀는 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원하는 그 어떤 모습으로도 런웨이에 설 수 있다. 또한, 어디에서 런웨이를 하든, 헤어, 메이크업, 숙소, 교통편, 스탭 비용 등을 추가로 들일 필요가 없다.
두 번째,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제작사/광고주의 의지와 합치한 방향으로 행동하고 말할 수 있다. 제작사가 컨셉, 의상, 멘트, 그리고 배경을 사전에 면밀히 기획한 후에 광고주와 협의를 거쳐 스폰서 광고를 업로드 하기 때문에 광고주가 머릿 속으로 그렸던 그대로의 모습을 내보낼 수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더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선호할 수 있다.
반면, 사람 인플루언서의 경우, 인간이기에 갖는 성격, 양심, 의지가 있기 때문에 광고주의 요청이 있으면 그걸 스스로 해석하고 제작하여 광고 컨텐츠를 싣고 올린다. 그것이 주는 매력도 분명 있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이렇게 큰 규모로 성장한 것은 확실하다. 다시 한 번 광고주 입장에서 본다면, 사람 인플루언서의 사생활이나 언행이 제품/브랜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인플루언서가 올려준 광고물이 방향성에 맞지 않을 경우 발생할 위험은 여전히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높은 영역이지만,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소비자의 구매 의향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럼, 이러한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를 우리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그들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또는 컴퓨터 작업을 통해 만든 가상의 인플루언서이며, 사람 또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되는데, 사람과 상호 소통할 수 있고, 성격, 외모, 목소리를 갖고 있으며, 사회적인 역할을 사람과 동일하게 부여받기도 하고, 사람의 행동도 그대로 모방할 수 있다. rigging, blending shapes, 렌더링 기술과 AI 기술의 발전은,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미세한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까지할 수 있는 존재로 발전시키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의 모습을 디지털 공간에서 그대로 구현한 아바타와는 개념이 다르고, 특정 임무를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챗봇이나 디지털 에이전트와는 또 다른 개념의 존재다.
어떻게 이런 존재들이 가능할 수 있지?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불편하다.
소비자 인터뷰를 해보면, 불편함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잡힌다.이를 해석해보자.
사람들은 디지털로 만들어진 존재 또는 로봇 - 그것이 버추얼 인플루언서든, 그림이든, 영상이든 - 에 대해서 아무런 저항없이 자연스럽게'만' 받아들일 수 있지 않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흔히 보듯 디지털 존재/로봇에 의해 지배를 당할 것 같은 두려움도 있고, 그들이 사람처럼 굴지만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리적 불편함도 갖고 있다.
버추얼 안플루언서,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헐크나 지킬박사와 같은 존재인가? 그 안에 다중인격을 갖고 있다가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다른 모습을 펼치는? 아니다. 다중인격이 아니라, 뚜렷하고 일관된 개성을 갖고 스스로를 브랜딩, 포지셔닝 한다. 그럼 꼭두각시인가? 아니다. 제작자의 의도대로 행동하고 그대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한 번 수립한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성격이나 포지셔닝은 쉽게 바꾸거나 제작자의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소비자/팔로워와 소통하면서 개성이나 성격이 진화하기도 한다. 그러니 꼭두각시와는 차별화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전우치 같은 존재다. 가상의 캐릭터이고, 필요에 따라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둔갑술에 능한 그런 존재. 영화나 소설 속의 캐릭터 같은 존재가 이제는 디지털 공간 상에 진짜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소셜 미디어라는 구름을 타고 다니면서 상호 소통을 할 수 있고, 광고를 하는 브랜드에 따라서 럭셔리 브랜드 모델도 되었다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대변하는 투사도 되었다가 하는 것이다. 불편함과 두려움을 걷어내면,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을지 보인다. 그리고 어떤 윤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도 보인다. 이제, 이에 대해 다음 편에서 하나씩 풀어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