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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버린 인연

박과장 이야기

by 단호박

오늘 아침, 박과장은 평소처럼 복지기관의 문을 열었다. 아직 사무실은 조용했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만이 창 너머로 들려왔다. 그는 커피 한 잔을 내리려던 참에, 창밖을 배회하는 낯선 이웃 하나를 발견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러나 쉽게 기억나지 않는 얼굴. 옷차림은 초라했지만 눈빛은 또렷했고, 대략 서른에서 마흔 즈음 되어 보였다.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건넸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남자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교도소에서 나왔는데요... 배가 고파서요. 혹시 돈 좀 얻을 수 있을까 해서…"


박과장은 짧은 고민 끝에 말했다. "죄송하지만, 돈을 바로 드리긴 어려워요."


남자는 실망한 기색도 없이, 다만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 먹을 것이라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그 말에 박과장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사무실에 있던 과자와 음료를 내어주었다. 남자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 뒤, 이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박과장은 창가에 서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말 필요한 건 따뜻한 식사였을 텐데… 왜 나는 그 순간, 인근 무료급식소를 떠올리지 못했을까.


그는 급히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무심한 바람만이 골목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박과장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하루를 시작했다. 자신이 복지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때때로 ‘도움’이라는 이름의 무게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절감하는 아침이었다. 선의는 있었으나, 그보다 앞서야 할 정보와 체계가 부족했음을 자책하며, 다음에는 꼭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다짐했다.


우리가 마주치는 짧은 인연들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책임이 숨어 있다. 그 책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보다 내일 더 준비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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