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과장 이야기
복지기관에서 일한 지 어느덧 19년. 박과장은 요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연애 이야기도, 가족 이야기도 아니다. 그가 말하는 사랑은 매일 마주하는 이들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빠르게 변화한다. 어제는 깊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았던 이가, 오늘은 미소를 보인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자립 의지를 불태우던 청년이, 어느새 무기력 속에 주저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박과장이 ‘사랑하려고 애쓰는’ 대상들이며, 동시에 그 자신을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예전엔 이런 변화가 버거웠다. 박과장은 자신이 주는 사랑이, 보살핌이, 성실한 관심이 누군가를 단단하게 붙잡아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고정된 무언가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는 걸. 사랑의 대상은 늘 움직인다. 사랑이 그들을 붙잡는 게 아니라, 사랑이 그들과 함께 걸어야 한다는 걸.
그는 깨달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의식들의 총합으로 구성된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며, 존재는 당연히 변화하고 수시로 변동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은 우리의 사랑으로 인해 변화를 멈출 리도, 우리가 사랑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제자리에 가만있을 리도 없다.’
그 문장을 마음속에 새기고 박과장은 오늘도 복지관 문을 연다. 어제와 같은 얼굴, 그러나 결코 어제와 같지 않은 사람들과 마주한다. 변하는 이들과 함께, 변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은 늘 움직인다.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