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수는 누구의 몫이어야 할까

박과장 이야기

by 단호박

박과장은 이번 교육 행사를 무사히 마친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초청한 강사는 직접 책을 집필한 저자였고,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어 강의를 맡아줬다. 강의는 직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오랜만에 현장에서 의미 있는 교육이 이뤄졌다는 평이 이어졌고, 이번 행사를 담당한 신입 직원도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행사가 끝나자 박과장은 조용히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운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강사였다. 목소리는 단호했고 불쾌감이 섞여 있었다.
“왜 강사비를 주지 않으시는 거죠?”


당황한 담당자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저희가 강사비만큼 선생님 책을 구입해서 드렸잖아요… 말씀하신 그대로 한 건데요.”


하지만 강사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책은 책이고 강사료는 강사료죠. 제가 무슨 자선사업가입니까?”


전화 너머로 고조된 감정이 전해졌고, 상황은 빠르게 실랑이로 번졌다. 담당 팀원은 당황했고, 결국 박과장이 직접 나섰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곱씹어보니 박과장 스스로도 이 상황을 완전히 남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강사의 의사를 조금 더 명확히 확인했어야 했다. 신입 팀원이 협의를 맡았다고 해도,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미 교육은 끝났고, 관련 예산도 모두 정산이 완료된 상태였다. 강사료를 다시 예산으로 처리하려면 복잡한 절차와 보고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신입 직원이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 박과장은 고민 끝에 조용히 자신의 사비로 강사료를 전달했다.


그 선택이 완전히 옳은 방식이었는지, 지금도 확신은 없다. 나중에 이 일이 어떤 식으로 나에게 돌아올지도 걱정스러웠다. '왜 그때 그렇게 했을까'라는 말을 듣게 될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박과장은 한 가지를 더 무게 있게 생각했다. 실수로부터 배우는 과정에 있는 팀원이 위축되지 않기를, 이번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짐이 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조직이 모든 일을 정답처럼 처리할 수는 없다. 때로는 책임과 보호 사이에서, 인간적인 선택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날, 박과장은 계산기를 덮고 사람을 선택했다. 그 선택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또 다른 방식의 책임감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은 늘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