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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과장님이 해보실래요?"

박과장 이야기

by 단호박

박 과장은 요즘 부쩍 답답함을 느낀다. 어느 날, 홈페이지 개선 작업을 담당하던 팀원이 찾아왔다. 업체와의 협의가 잘 풀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이렇게 저렇게 해서 업체에 전달했는데, 반응이 이렇고 저렇고...”라며 상황을 설명했지만, 말의 핵심이 흐릿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부분에서 막혔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박 과장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거야? 우리가 뭘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 건데?”


그러자 팀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과장님이 업체랑 직접 통화해보시면 안 될까요?”


그 말이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마치 책임을 떠넘기듯 들렸다. 순간 마음 한구석이 상했다. 그러나 감정을 드러낼 틈도 없이 그는 곧장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문제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듣고 나서야, 전체 그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회의가 끝난 후, 박 과장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그 직원의 설명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걸까.
직장생활을 하며 수많은 의사소통의 갈림길을 지나왔지만, 이번처럼 명확하지 않은 상황은 참 오랜만이었다.

그보다 더 마음에 남은 건, 그 직원의 태도였다.


‘그러면 과장님이 해보세요.’


그 말 한마디에 담긴 무게는 단순한 업무 분장이 아니었다. 책임감의 방향, 대화의 태도, 상호 신뢰에 대한 감각이 거기 묻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무심코 내뱉은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하루를 무겁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다.


의사소통이란 결국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는 일이다. 말의 정확성뿐 아니라, 태도 역시 진심을 싣는 통로다.
박 과장은 다시 한번 팀워크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다. 함께 일한다는 건,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말할 수 있는 감각을 공유하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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