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가 보는 카리타스
19세기 말, 유럽은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1897년 독일에서 카리타스가 설립된 배경에는 이러한 급격한 사회 변화와 그로 인한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산업혁명은 기술의 발전과 경제 성장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의 삶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간은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버렸고, 도시로 몰려든 농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어린이들까지도 하루 17시간씩 일하는 등 노동자들의 지위는 노예 수준으로 떨어졌다.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졌고, 소수의 자본가들이 부를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가톨릭 교회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1891년, 교황 레오 13세는 회칙 「노동헌장」(Rerum Novarum)을 통해 산업화된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교회의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문서였다.
「노동헌장」은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공정한 임금과 노동 조건의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빈곤층에 대한 단순한 자선을 넘어 사회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선언이었으며, 교회가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1897년 독일에서 카리타스가 설립되었다. 카리타스는 라틴어로 '사랑'을 의미하며, 가톨릭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을 대표하는 기관이 되었다. 카리타스의 설립은 교회가 단순히 영적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오늘날 카리타스는 전 세계 165개국에서 활동하는 거대한 국제기구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근본 정신은 여전히 19세기 말 독일에서 시작된 그 첫 걸음과 같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돕는 것. 이것이 바로 카리타스가 추구하는 가치이며, 산업혁명 시대의 고통 속에서 태어난 카리타스의 유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