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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Dec 16. 2024

#99 진실

2024년 12월 16일 월요일 갑진년 병자월 갑인일 음력 11월 16일

가끔 두 사람의 말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A가 B를 만나기로 했다는 날에 B는 야근을 한다고 한다거나. 그런 상황을 마주치면 약간의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굳이 더 묻지 않는다. 진실에 대한 호기심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에게 그렇게 이야기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들 사이에 변동된 사항이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정보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그 어떤 의도도 담겨 있지 않을 수 있지만, 의도가 담긴 정보라면 그 의도에 따라주는 편이라고 해야 하나.


웬만하면 그러는데 아주 드물게 상대에게 넌지시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제가 알기론 이러이러한데" 하며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경우도 가끔 있고, 아니면 그 주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드러내 보다 자세한 정보를 드러내길 유도한다. 보통은 후자의 방식으로도 내가 알고 싶던 수준의 상황파악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직접 물어봐도 될 만한 내용이어도 이런 식으로 알아내는 데에서 상당한 재미를 느껴 늘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역시 난 삶에 있어서 재미를 추구하는 녀석이다. 내가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면 아무리 의미 있는 활동이어도 그 가치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


현실에서 단서를 조합하고 추론하여 진실을 알아내는 것은 좋아하면서 추리 게임은 싫어하는 건 틀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일까. 문제 푸는 것도 좋아하고 방탈출 같은 것도 즐기니 사실 추리 게임 같은 것도 충분히 좋아할 만한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현실에서의 추론은 맞아도 그만 틀려도 그만이고, 애초에 그 진상을 파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추리 게임에서의 추론은 틀리면 다음 진행에 불이익이 있거나 그대로 패배로 취급된단 말이지. 결국 견주기워들 같은 1회성 가벼운 게임 정도가 아니면 추리 자체를 거부하는 것 같다.


애초에 난 추리하는 그 과정을 즐기는 게 아니라 그저 진실을 추구하는 것에 가깝다 보니, 추리 게임을 하면 충분히 고민해 보기 전에 답을 검색해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정답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답을 내는 것보다 정답을 알고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을 쫒는 게 더 재밌다고 해야 하나. 학생 때도 수학 문제가 영 안 풀리면 답을 먼저 보고 그 답이 나오는 풀이 과정을 탐색하여 풀어내려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렇게 풀고 나서 답지의 상세 풀이와 나의 풀이 과정을 비교하는 식이다. 답이 불확실한 상태로 너무 오래 버티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다.


그래놓고 나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내가 겪으면 썩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상대에게 유발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러한 모순을 야기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두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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