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4일 수요일 갑진년 임신월 신미일 음력 8월 2일
"J캐릭터와 C캐릭터 좋아하시나 봐요?"
일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첫날 그런 말을 들었다. J캐릭터 에코백에 C캐릭터 인형 키링을 두 개나 달고 출근했으니 그렇게 물어보실 만하다. 일주일 전의 면접 때도 같은 가방을 들고 왔지만 서로 면접에 신경 쓰느라 옆 사람의 가방 따위야 별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나야 그 사람도 면접 때부터 늘 같은 가방을 가지고 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건 내가 긴장하면 주변을 더 관찰하게 되기 때문이겠지. 일경험 첫날에는 데스크톱 본체가 왼쪽에 있었지만 면접 날에는 오른쪽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처럼. 입꼬리가 올라가서 웃는 표정이 지어진다는 것과 더불어 내가 파악한 나의 긴장했을 때의 습관이다.
"네, 귀여운 게 최고죠."
그렇게 대답하는 나는 원래 캐릭터 상품을 그다지 안 좋아했다. 캐릭터 곰보다 실제 곰이 더 귀엽다는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긴 하지만 어느 순간 캐릭터 상품으로 도배된 삶을 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의 취향과는 별개로 캐릭터 상품이 주변에 여럿 있었던 것 같긴 하다. 고등학생 때 M캐릭터를 엄청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캐릭터 상품 밖에 선택지가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낫다고 판단해서 M캐릭터가 그려진 것을 선택한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걸 보고 내가 그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판단한 누군가가 나에게 그 캐릭터가 그려진 것을 사주고, 주니까 감사히 받았는데 그걸 보고 또 다른 누군가가 내가 그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캐릭터 상품이 많아질수록 나의 취향에 대한 미묘한 오해가 생기더라. 싫어하는 건 아니긴 한데... 사실 그 정도로 좋아해 본 적 없는 무언가.
그랬던 고등학생 때의 M캐릭터와 대학생 때의... 어라? 이 녀석도 첫 글자가 M이잖아? 하여간 그런 녀석들과는 달리 현재의 J캐릭터와 C캐릭터는 나름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그렇다고 캐릭터 상품을 막 사모을 정도는 아니긴 한데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곤 한다. 어느 순간 스며들어 버린 녀석들이다. 캐릭터 인형 키링의 경우, 약간은 사회생활용으로 달고 다니는 경향도 있지만 말이다.
캐릭터 상품을 가지고 다니면 그 캐릭터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이게 나름 괜찮은 스몰토크인 것 같다. MBTI 검사를 하면 T만 고정이고 나머지는 그때 그때 들쑥날쑥한 중간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MBTI 스몰토크는 진입장벽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너무 사적인 질문을 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가방에 달려 있는 키링 같은 걸 대화 주제로 삼는다면, 이거 나쁘지 않잖아? 어느 순간 그걸 깨달아 버린 것이다. 가끔 그 캐릭터의 찐 매니아를 만나게 되면 내가 그 캐릭터에 대해 잘은 모른다는 사실을 들킬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캐릭터 세계관 같은 건 잘 몰라도 그 캐릭터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많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