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 집

2026년 1월 28일 수요일 을사년 기축월 임인일 음력 12월 10일

by 단휘

대여섯 살 정도부터 지금 사는 집에서 살았던 것 같다. 이십 년이 넘는 흔적이 남아 있다. 기억 밖에 존재하던 것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도 한다. 기억 저편의 무언가를 마주칠 때면 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있었지, 하며 언젠가의 기억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적당한 쿼리를 알지 못해 꺼내지 못했던 무의식 데이터베이스의 특정 항목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더 어릴 때 살던 집은 아직 철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고 알고 있지만 따로 찾아가 보진 않았다. 집안의 장손이 물려받아 내 사촌 명의로 되어 있다고만 전해 들었다. 그 근처 동네는 몇 번 가 보았지만 그곳 자체는 가볼 일이 없더라.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땐 마당의 풀이 숲을 이루었고 집은 폐가의 몰골을 하고 있었으며 길고양이 두어 마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보통 이사를 갈 때 집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게 된다고 하더라.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녀석을 처분한다거나. 때로는 가져가려고 챙겼는데 사라지는 물건들도 있다고 하고. 이십 년을 넘게 한 곳에서 살면 그렇게 이탈하는 물건이 없어 잡동사니가 더 쌓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몇 날 며칠이 걸리더라도, 물건들을 일단 어딘가에 넣어두기보다는 하나씩 정리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잠자리도 마땅치 않아 구석에서 좁게 자더라도. 외부와 닿아 있어 창가 쪽 벽에서 한기가 새어 들어오지만 전기매트는 아직 못 깔고 있다. 그래도 내가 자리 잡은 임시 잠자리 쪽까지 한기가 들어오지는 않는다. 주말까지 하면 대충 정리될 것 같은데, 벌써 처분할 것들이 내 몸뚱아리만큼은 나왔다.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들이 상당히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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