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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Oct 19. 2024

#47 최신화

2024년 10월 19일 토요일 갑진년 갑술월 병진일 음력 9월 17일

용도에 따라 계정을 분리해 가며 사용하다 보니 소셜 미디어 계정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다섯 개와 마스토돈 계정 하나, 그리고 트위터(였던 것) 계정 네 개가 있더라. 그중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계정 각각 하나씩은 엄밀히 말하면 내 계정은 아니다.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총 여덟 개의 소셜 미디어 계정이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꼬마얼룩곰과 트위터의 피터의 경우, 지금 사용하는 계정이라기보다는 언젠가의 흔적에 가까운 레거시 계정이다. 그것도 제외하면 여섯 개. 여전히 적은 수는 아니다.


각각의 계정의 프로필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더니 오래된 정보, 때로는 이제는 해당하지 않는 정보가 나의 소개글에 들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걸 인지한 건 몇 주 전의 일이다. 브런치 작가소개의 '기타 이력 및 포트폴리오' 부분을 몇 번 수정하다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건 처음엔 분명 대여섯 줄 정도였는데 두 배로 불어났다.) 언젠가 날 잡아서 전체적으로 최신화를 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언젠가의 미래로 미뤄두고만 있었다. 그러다 어제 적당한 시간적 여유가 생겨 그 작업을 모두 처리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위주의 소셜 미디어다 보니 주로 기록용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러이러한 것을 했다' 하는 후기글이나 '이러이러한 것을 한다' 하는 홍보글을 올리거나 하루하루의 일상 기록을 한다. 하루의 기록을 남기며 가끔 운동 기록을 추가로 남기는 운동 및 일상 계정은 그래도 자주 접속하여 수정할 내용이 많지 않았으며, 지원사업 및 이벤트 계정은 애초에 익명성을 높이느라 프로필에 적어놓은 게 딱히 없어서 수정할 것이 없었다. 반면 문화예술 계정의 소개글은 완전히 엎었다. 시의성을 잃은 정보도 있고, 이제 곧 잃을 정보도 있고. 아직 잃지 않은 부분조차 과감하게 미리 지워뒀다. 이 계정이 '배우 계정'으로서 레거시가 될지, '문화예술 계정'으로서 이어나가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후자로 생각하고 있기에 수정을 가했다.


트위터는 10대 시절부터 나와 함께 하던 녀석이다. 나의 10대는 학교에서보다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인터넷상의 소통조차 버거워지면 계정 사용을 중단하기도 하고(우린 그걸 '동결'이라고 부르곤 했다.) 언젠가 다시 양호해지면 돌아가는 것을 반복했다. 내가 10대 시절에 사용하던 계정은 동결 중에 해킹당해서 팔로우 정보와 이것저것이 다 날아갔을 때 계정을 날려 버렸다. 지금 쓰는 계정은 이후에 따로 만든 계정이다. 트위터에서 메인으로 쓰는 계정은 이번에 소개글을 거의 엎었다. 서브컬처 및 뒷계정은 애초에 프로필에 적혀 있는 게 내가 플레이하는 게임 종류일 뿐이라, 영 안 하는데 적혀 있는 몇 가지를 제외시켰을 뿐이다.


레거시 계정들은 최신화 없이 동결하기로 했다. 마지막 글이 올라온 시점에 그렇게 머물러 있도록. 굳이 건드리지 않는다. 그리고 흔치 않게 내가 다중 계정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마스토돈은 갈아엎을 내용이 참 많았다. '언제 한 번 최신화를 진행해야지'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게 이 계정이고, 나머지는 하는 김에 같이 수정하는 느낌이 컸다. 프로필이 장황하게 적혀 있지만 그중 반 이상이 시의성을 잃은 정보였으니 말이다. 일부 소셜 미디어에 프로필 링크로 넣어두고 있던 다중링크의 구성도 수정했다. 수정한 김에 브런치 작가소개 페이지에도 넣어 두었다. 보통은 개인 웹사이트 넣는 칸에 배우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넣곤 했으며 브런치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사이트도 이제 곧 레거시가 될 것 같아서.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니 본격적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분이다. 지나간 시간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직 그게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그걸 찾는 시간도 갖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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